제 18차 창작콘테스트 시 공모-사진을 찍으며 외 4편

by 고요한 posted Jul 04,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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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으며


돌아보리라

다시는 오지 않을 지금 이 순간을

겨울이 오면 푸른 지붕아래 추위를 견디며

순결한 벚꽃 애석히 추억 하겠다

 

돌아보리라

다시는 보지 못할 지금 이 순간을

눈이 오면 순실하게 눈을 감으며

고귀한 목련 슬프게 회상 하겠다

 

사진을 찍으며 반추하노라

다시는 담지 못할 지금 이 순간을

바람이 불면 차디찬 문고리 닫으며

명랑한 유채 아프게 기억 하겠다

 

문득 길을 걷는 소녀가 물었다

아저씨는 왜 하루 종일

시체마냥 움직이지 않느냐고

멀쩡하게 숨 쉬는 사람인데

 

불현 듯 머리에 스쳐지나갔다

나는 가만히 앉아 생각하고 있다

미세하게 몸을 떨며 움직이고 있다

가만히 앉아 계속 움직이고 있다

 

나는 이 순간 살고 있다

나는 이 순간 죽고 있다

원인이 있으면 결과가 있다

결과가 있기에 원인이 있다

 

살아간다는 것은 죽어간다는 것

탄생이란 저주아래 죽어가고

죽음이란 축복아래 살아가고

어찌 죽음이 두려운 것인가

 

삶이 있으면 죽음이 있다

죽음이 없으면 삶은 없다

봄이 있으면 겨울이 있다

겨울이 없으면 봄은 없다

 

 

갈마드는 계절 반복되는 섭리

봄의 싸늘함에 벌벌 떨고

겨울의 따스함에 활짝 웃고

어찌 겨울이 혹독한 것인가

 

맞이하리라

언제나 곁에 있는 지금 이 순간을

봄이 오면 붉은 태양아래 빛을 받으며

서늘한 몸을 기쁘게 추억 하겠다

 

맞이하리라

언제나 옆에 있는 지금 이 순간을

봄비가 오면 이글대는 입을 벌리며

내리던 눈을 즐겁게 회상 하겠다

 

사진을 찢으며 반추하노라

언제나 한결같은 지금 이 순간을

봄바람 불면 따스한 마음 열어

차디찬 바람 황홀히 기억 하겠다

 

잊지 말거라

겨울이 있어 봄이 있음을

잊지 말거라

구속이 있어 자유가 있음을

 

우울증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꿈

바위와도 같은 눈꺼풀 뜨며

더러운 침대에서 서서히 일어나

매일 같은 약을 삼킨다.

 

비 내리는 하늘 작은 남색 우산

터벅터벅 아스팔트길 신발을 끌며

나는 힘없이 끌려가는 죄수

항상 똑같은 곳으로 향해간다.

 

망가진 나침반을 가진 타이타닉 호

지금 너는 어디로 가고 있느냐

길을 찾는 것은 물론이고

만들어가는 것은 더더욱 힘들다.

 

버스를 타면 보이는 방치된 논

지금 너는 누구를 위해 웃느냐

허수아비 하나 비를 맞으며 서있네

태풍아! 이 논에 오라고 뇌까려본다

 

비가 그치면 우산을 접어야지

우산이 접히는 일은 없다

내 손의 우산은 접혀있는데

보이지 않는 우산 하나 접히지 않는다.

 

일마치고 한숨 뒤 꾸는 꿈

논에 물이 차오른다. 아주 빨리

나는 비를 맞으며 웃고 있다

아주 단단히 박힌 다리 빼낼 수 없다

 

지나가는 낡은 버스 하나

한 사람이 나를 보고 있다

내 눈에도 비가 내렸으면 좋겠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나는 웃고 있다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꿈

바위와도 같은 눈꺼풀 뜨며

더러운 침대에서 서서히 일어나

매일 같은 약을 삼킨다.

 

항상 같은 다짐. 그래도 살아야지...

세월이 가면




세월이 가면 모든 것을 잊을까

끔찍한 악몽도 빛바랜 추억도

꿈처럼 그렇게 잊을 수 있을까

 

세월이 가면 미련이 남을까

떠나간 사람도 아련한 사랑도

한낱 신기루였다고 말할 수 있을까

 

세월이 가면 잊어버릴까

떠나간 아이들도 나가버린 아저씨도

평범한 사고였다고 말할 수 있을까

 

어릴 적 나는

대통령을 꿈꿔왔다

모든 사람을 보살필 그런

 

청년 적 나는

의사를 꿈꿔왔다

모든 사람을 치료할 수 있는

 

지금의 나는

공무원을 꿈꾸고 있다

모든 사람이 꿈꾸는


미래의 나는

무엇을 꿈꾸고 있을까

더 작아지지는 않을까 걱정을 한다

광대






나는 웃는다

관객들도 나를 따라 웃는다

유명 화가의 명작 데칼코마니

 

나는 웃는다

관객들이 깔깔대며 크게 웃는다

무명 화가의 평작 데칼코마니

 

나는 웃는다

관객들이 웃으며 손가락질 한다

아마추어의 졸작 데칼코마니

 

무대의 막이 내린다

 

나는 울고 있다

관객들은 얼굴에 웃음을 머금으며 떠나간다

웃음을 대가로 청춘을 버린다

 

나는 광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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