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8차 창작콘테스트 시 공모 -떨어진 낙엽 등 5편

by 나성채 posted Jul 27, 2017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떨어진 낙엽



땀이 더워 녹지 않을 만큼의 바람이 부는 날

가을빛의 색깔이 치덕치덕 펴발라진 공원 속을

 

고개를 떨군 채 힘없이 걸어가고 있던 어느 날

내 머리 위로 느껴지는 적당한 질감의 낙엽 한 장

 

내가 지니 낙엽도 지는구나 하고 머릿속에 떠오를 때 쯤

바람에 맞서 나무에 남으려 발버둥치는 낙엽 한 장을 보았다

 

부모 곁을 떠나기 싫은 오리들처럼 그도 나무의 자식인 셈이다

비록 혼자 외로운 사투를 벌이고는 있으나 그는 나무와 함께 버티고 있는 것이다

 

난 무엇으로 인해 고개를 처박고 기어가야만 했는가

인생의 그림은 자신이 색칠해 나간다는 것을 몰랐는가

 

낙엽 한 장으로 얻게 된 삶의 질감

오늘의 나를 굳건히 만들어 주었던 그 낙엽 한 장

 

세상은 보잘 것 없는 것이 없고 모든 세상에 다 뜻이 있다


멍청한 꿈을 꾸는 소년

 

모질나게 어려서

날마다 스쳐지나가지 않는 소리

 

답답한 희망을 품에 이고

날마다 풍류를 꿈꾸니 참으로 어리석도다

 

영영 썩지 않는 나무가 되리라는

김 진사의 판단은 오히려 독이 되었다

 

온갖 만행을 저질러도

쉽게 가시지 않는 여운 덕분에

 

그는 날마다 펜을 잡고

작두 위를 오르내리며 목숨을 일궜다

 

다부진 꿈을 꾸기엔

이미 너무 어두운 환상

 

콩알만한 흰 점자 사이로

얕게나마 투영시킨 빛 한 줄기

 

그 줄기를 곱씹으며 영락하기 짝이 없는

김 진사는 태평했지만 땀이 찬 손은 어색하지 않았다

 

그를 향해 날카로운 비명을 내지를 이는

아무도 없고 결코 누군가 있지도 않다

 

헛된 희망이라는

비현실적 문장을 우주 밖으로 내던지고

 

그의 뜻을 이어받은 작은 도시의

토라진 난쟁이는

퉁명스럽게 바보스런 꿈을 꾸지만

그에겐 사명이 있기에 거북이처럼 숨을 쉬곤 손을 굴린다

 

그는 손 끝에 남아있는 온기를

사람들에게 한 획씩 부여하는 것이다


멀다한 사람

    

어둑하게 멀리 떠나간

슬픈 사랑방의 나그네

 

영원을 바랜 미소가

그저 멍하니 잊혀지네

 

가슴 속에만 깃들었던

너의 실루엣 한 가닥 까지도

 

잊을수 없으리라 단정하며

한참을 서성이며 나 죽어갔어

 

야위어진 내 몸에

피멍 하난 선명해

 

너란 자식이 남겨놓은

멈춰진 애정의 흔적

 

약을 일부러 바르지 않아

네가 쉽게 없어질까봐 두려워

 

이따금 아득한 가늠하기 힘든 거리

그 선상 위에 너의 뒷모습 놓였지만

 

멀다하고만 느껴도 다 부질없어

어차피 내가 밟는 이 땅을 너도 밟고 있을테니


이중적인 영웅


누구나 가슴속에 이고있는

영웅 한 분씩 계실 것이다

 

이순신 장군님도 유관순 여사님도

광개토 대왕님도 윤봉길 의사님도

 

모두 쓰러져간 장작에

다시 불을 지펴주신 번개탄같은 분들이다

 

오늘 난 신화 속 영웅을

소환해볼까 한다

 

헤라클레스, 신이길 포기하고

인간 여자와 사랑을 선택한 사나이

 

엉망진창 괴력탓에 난관을 금치 못했지만

절제의 힘을 깨닫고 신성력을 되찾은 사나이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 말을

가슴에 꽃아준 그 분의 행적

 

그의 실제는 판단이 안서나

그의 뒤엔 수많은 그림자가 있었기에

 

그를 한 번 존경한다

그의 결말에 두 번 존경한다


핏빛을 머금은 책


생소한 일거리를 찾다가

어느 도서관의 사서가 된 후

 

출입금지구역이라는 간판의

지하 창고에서 마주한 책 한 권

 

겉보기에 상당한

붉은 냄새를 풍기는 표지에

 

나도 모르게 현혹되어

책 한 장을 넘겼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꿈을 서사하는 한 사내의 이야기

 

잊고 살았던

가슴속에 묻어있던 글 한 쪽

 

사실 나는 욕망보단 돈을 좆은 터라

진정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한 터라

 

책 한 권 이 내게 속삭이 듯 읊조리는데

새 풍경에 눈을 뜨고 시야가 탁 트이고

 

다음 날 사서를 그만두고

꿈을 적는 모험가가 되었다


성명: 나성채

이메일 주소: qaz8481@naver.com

HP:010-2513-8481

                                                                                                                                        








 







 





 


















Articles

39 40 41 42 43 44 45 46 47 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