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족(家族)의 비밀 동행
끝이 언제일지 아무도 모르는 인생의 그 길을
우리는 동행한다.
칠십 평생 인생줄을 따라 남겨진 화병으로
우울증이 와서 창 밖만 하염없이 바라보던 우리 어머니
그 모습을 가슴 덜컥이며 지켜보지만
애써 그 내려앉는 가슴을 감추는 우리 아버지
외할머니가 아흔의 일기로 이 세상을 떠나신 그 날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사무치게 소리치며 울던 어머니 곁에
남동생은 물 한잔을 말없이 놓아 준다.
암수술대 위에 오른 아버지는
여든을 앞둔 당신의 생애의 파노라마의 흔적을 따라 헤매인다.
해방둥이로 태어나 혼자서 국민학교 입학식에 십리길을 걸어가던
그 어린 꼬마가 공장과 행상을 전전하며 배고픔을 달래던 그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이 시대의 남은 인생을 이어간다.
내 가족만 알고 있는 슬픔, 내 가족만 헤아리는 그 인고의 세월,
그리고 내 가족만 감추고 있는 말 못할 부끄러움들......
내 가족의 희망, 설렘, 역동, 조화, 나눔, 추억, 휴식, 행복, 풍요, 고요, 회상(回想)의 길을
우리는 그 모든 것을 함께 공유하며 비밀스럽게 동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