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너란> 외 4편

by 퍼석돌이 posted Nov 15,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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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너란

 

살아감에 있어 란 존재는

마른 세상에 내리는 단비와 같아

생각 할 겨를도 없이 좋아하게 된다.

이런 너를 나는 어찌 그리며

너와 같은 이를 어찌 또 만날 수 있을지.

 

 

나는 이내 손을 내저어 보인다.

나뿐만 아니라,

누구든 불가능해 보였기 때문에.

그만큼 너는 내게 있어

기회주의적인 단비다.

좋아하지 않을 수 없구나.

 

 

내가 좋아하는 너란

네 외모를 말하는 게 아니란 걸 알아.

네 성격을 말하는 게 아니란 걸 알아.

네 배경을 말하는 게 아니란 걸 알아.

그저 너이기에 좋아하는 거다, 라고

되게 이상적인 생각에 가끔 잠긴다.

 

 

그래, 나는 너를 흠모해.

이 세상에 놓아지는

수많은 경우의 수들, 인연들.

그 중 이렇든 맞닥뜨린

너와 나의 데이터베이스를 사랑해.

이럴 필요성을 느끼지 않을 만큼이라고도 말해.

 

 

이 정도로도 충분치 않아

나는 한 마디 더 할 생각에

오늘이고 내일이고 행복할 생각만 한단다.

 

 

사랑해.

 

 

 

 

 

 

검은 눈

 

 


그의 눈은 크고 깊었다.
그는 항상 안쓰러운 듯 한쪽으로
기운 눈을 하고 있었다.
그에게는 세상이 슬퍼 보였다.
그는 원시안이다.
그가 끼고 다니는 돋보기 안경은
그의 눈을 마주한 사람에게
더 커진 세상을 보여주었다.

돋보기 너머 그의 눈은 마치
아무것도 보고 싶지 않다는 듯
큰 눈망울이 항상 붉고 반짝거렸다.
그의 눈 안을 들여다보면 남몰래
다리 밑에서 흐느끼는 어미가 보인다.
그녀는 어둠과 물살이 잔잔한
그 차디찬 냇가를 응시한다.
다리 밑에는 두 생명이 있어

살아있는게 아니냐, 되묻게 되었다.
그녀는 냇물로 자궁을 씻고는
아이에게 양수를 먹인다.
아이가 울음을 터트린 것은
그의 눈에 비친 한 야수의 움직임이였다.
돋보기에 비친, 미처 투과되지
못하고 상이 맺혀버린 그 아기의 얼굴은
스스로 빛을 잃어가는 별에 몸을 떨어버렸다.
그가 보는 세상은 더 이상 작아질 수 없었다.
그는 스스로 작아짐에 조금이라도 더
세상에 있을 수 있음에 참 기뻐한다.
어머니는 그저 쉼없이 커져만 가는
세상 속 아이를 손에서 떠나보내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매서히 경고한다.
내 아이의 살아 있음을 보이겠다.
비를 내려라. 해를 보이지 마라.

돋보기를 벗은 그의 눈에서,
그 다리 아래 그 냇물 한 모금만큼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사진

 

 


비록 형상만 남았다고
공허한 눈빛에 온기조차 없어도
내가 사랑하던 이의 모습 그대로
그는 전혀 변하지 않는다.

한낱 종이 위에 새겨진
사자의 흔적이라 여기지 말라
그의 존재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거니와
여기서가 아니라면 두번 다시 볼 수 없으니.

 

 

 

 

 

붉은 밤과 낮은 별

 



한번 더 창문을 매치는 성난 바람에 투과된
주황 불빛이 위태로이 깜박였다. 흐릿하게
반사와 투광을 겸하는 이 낡은 창문을 보고
있노라면 그 별마저 내가 된 것 같아 우울해진다.
그 날은 유난히도 밤이 붉었다. 밤이 붉음에
이 모든 세상의 붉음은 그 무엇도 아니게 되었다.
그것은 우리의 사랑이었다. 우리의 낮은 별은
붉은 밤 위에서 유영을 즐겼다. 한때 한 별이
가려졌던 날 굵은 빗방울이 그 별에 부딫혀 떨어
지며 흘러내리는 것을 보았다. 그 별 또한 낮은
별이었기에 낮게 내리는 비에 맞아 별빛이 사그라
들어 있었다. 그것은 울음조차 가냘프게 울었다.
나의 별은 몽고의 한 사막을 비춘다. 불그스레하던,
내 사랑하던 별은 유달리 사막과 유목을 흠모했다.
모든 몽고족의 습성에 빠진 탓이었다. 그 무엇도
그녀와 같은 것이 없었기에. 그 유목 민족의

교양은 죽어가는 가축의 눈빛을 아는 것이었고,

예절은 말의 안장을 낮춰 타는 것이었으며

습성은 새벽과 아프로 디테의 성을 섬긴 것이었다.

그들은 새벽에 많이 태어났고 새벽에 많이 죽었다.
몽고족들의 밤은 어떤 이야기일때 저렇게 붉어질까.
하고 그녀는 되내었다. 스스로가 붉은 어떤 것임에도
그녀는 자신이 모든 붉은 것들을 볼 수 있기를 바랬다.
그녀는 낮은 별일수록, 더욱 붉은 것이 흐르는
것의 영혼을 감싸쥐며 흐느낄 줄 알기를 바랬다.

오늘은 밤이 붉다. 사랑 뿐만 아니라 누군가도
그토록 붉을 수 있음을 내 오늘 깨달은 탓일지.

 

 

 

겨우내


겨우내 이른 시
새벽 밤이 차오오.

공중에서 우수수
서리 굳어 내리오.

소박소박 하얀 개집 안
서리맞은 개 우우 짓소.

꽁꽁 어러부튼 말산리에
이 밤도 지금껏 뒤척이오.

보소, 맘 시린 이이들.
우리 마을도 내년 봄이 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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