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8차 창작콘테스트 시 공모 - '밤' 등 다섯 작품

by 이단아 posted Aug 08,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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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히 울부짖던 석양이

수평선 너머로 평안히 추락했다

적막의 꼬리를 물고

흑막이 내려앉아 세상의 소음을 짓눌렀다

멍이 번진 듯 보라색 구름들이 흩어져

달을 가리고 별을 가렸다

불안한 평화가

차겁고 미덥게

주저앉았다



사랑니

 

없던 것처럼 무의미하던 네 존재가

시나브로 잇몸을 찢고 나와

내 인생 전체를 밀어 낸다

저릿한 통증으로 너를 알린다

잊을 수 없는 고통이 되기 전

상처로 너를 쫓아내고

움푹 파인 네 구석자리를 더듬으며

아무렇지 않은 척

한 번도 흔들리지 않은 척

오로지 오롯이

나만이 있었던 것처럼

채울 것이다

 


거리

 

거리에 떨어진 햇볕이

발밑에서 바삭바삭 부서졌다

 

조각난 햇볕은 금가루처럼 흩어져

바람을 타고 발자국을 따라 흘렀다

 

백야처럼 고요한 낮의 거리가

바스락거리는 햇살과

사그락거리는 바람으로 채워졌다

 

 

()

 

푸르스름한 어둠이

산 너머 지평선 끝에서 올라와

하늘을 덮어 땅까지 흘렀다

밝음이 물러난 자리를 채우고

그림자를 키워 세상을 검게 물들였다

태양 아래 곰살맞던 빛 무리들은

암흑에 밀려 수평선 끝으로 몰리자

사나운 살쾡이로 변해

창백한 달 아래 날카로운 발톱을 드러냈다


발톱이 할퀴고 간 자리에는

밤새 하얀 흉터가 남았다

 

 

백야

 

너는 내게

태초의 어둠 같은 안식이자 평안이었다

깨지지 않는 알이고 집이며 세상이었다

눈을 감아도 뜬것과 같이 변함없는

심연의 안정이며 안도였다

피로도 피곤도 없는 검은 장막 안이

너와 나 우리만의 세계였다

 

네가 빠져나간 틈 사이로 빛이 들어와

나를 찢어발겼다

어둠의 존재조차 의문이 되고 부정될 정도로

태초의 어둠이 아닌 태초의 빛으로 각인하며

빠르게 우리의 세계

아니

나만의 세계를 잠식했다

 

빛의 평화는 가시가 되어 나를 찌르고

빛의 밝음은 감은 눈도 더 멀게 했다

 

달이 뜨지 않는 밤

해만 존재하는 백야에

그림자도 없이 덩그러니 홀로 선 나는

너는 없지만 너밖에 없는 너만의 세계에서

시린 눈물을 흘렸다

 



이현주 / lhj7057@naver.com /연락처미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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