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8차 창작콘테스트 시 공모- 계절의 예물 외 4편

by 다련 posted Aug 09, 2017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계절의 예물


너에게 꽃팔찌 시계를 채워주겠다

꽃이 사그라들면 봄이 가는 것
일년중 하루는 맞출 것이다


여름엔 조개껍질 이어폰을 선물하겠다
파도소리가 멈추면 여름도 가겠지


가을엔 시간이 잘 물들인 낙엽을 주겠다
책갈피로 쓸만큼 잘 마르고 나면
겨울이 오겠지


겨울엔 네 손을 꼭 잡아 주겠다
따끈따끈한 온기에 꽃이 피면
봄이 올 것이다




 노년의 청소부


1.
달도 졸린 눈 비비는 새벽녘

유모차에 폐지줍는 할머니

일찍 일어나야 신문 한장이라도 더 줍는거여

세월이 가지고 놀다 버린 장난감처럼

구부러진 허리는

굴곡진 노생의 복선을 의미했는지

고단하다

매연보다 독한게 돈인지 사람인지

사람들은 노인과 유모차를 거리로 내몰고

이놈의 쓰래기도 재활용이 되는데

나는 왜 쓸모가 없나 하셨다

2.
유모차도 노인을 닮아 사지 멀쩡한 구석이  없다

덜커덕 거리는 울음은 골목길을 매우고

달밤에 우는 소쩍새보다 더 애처롭다

그래도 우리 어매보단 내가 고생이 덜 해

삯바느질하고 너매 밭 갈아주고 부잣집 빨래 해주는 거보단 낫잖어 내 자가용도 있고 말이지

해뜨는 웃음 지으면서 할머니는 말하셨다

하고는 늙은 유모차와 더 늙은 할머니는

자신에게 쓰래기도 담고 희망도 담고 계셨다




  나의 독백


당신은 나에게 무언을 건넸다
나는 당신의 침묵에 귀기울였다
나는 소리없는 독백을
공기도 울리지 않고 당신에게 전하려했다
어떤 소리도 울림을 전하지 못하는 쓸쓸한 공간
빗소리만 적막을 매우고
나는 힘을 내어
당신의 손을 잡았지만
전해지는 차가운 온기에
그만 목놓아 울었다




  눈길



사람은 간대없고


 눈길엔 발자국만 남았다


 조용히 내리는 눈이


 그 자욱을 덮을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마음은 눈처럼 시렸다


 내가 차갑게 얼어붙는 동안


 눈은 그 자취를 매웠지만


 사랑은 간대없고



 발자국만 남았다







 고독



딛고 선 땅은


모래보다도 물렀다


뿌리 깊은 나무라는 것은


부평초에겐 부러운 일이다


두둥실 떠 다니는 구름을


혹자는 선망할 지 몰라도


구속도 애정인것을


행여나 사랑같은건


닿지 않는 별을 향해


손을 뻗는 것


열매 맺는 것을 잊은 나무은


고독을 양분삼아


조용히 시들어갈 뿐이다




전성빈/ 0 1 0 4 7 4 1 9 1 1 3/ mint9114@naver.com



Articles

42 43 44 45 46 47 48 49 50 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