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만 깨어있는 새벽
창문 열어 온몸 내맡기고
시린 것들 실어 보내면
다시 또 스멀거리는 애잔한 슬픔
흔들리는 별빛도
눈앞에 아른거리는 그리움도
잊혀진 기억들 도둑고양이처럼
담 넘어와 코끝을 할퀴면
바람이 불어서라고
애써 위로하며 창 닫으리라
아프면 아픈 채로
슬프면 슬픈 채로
그렇게 살아가는 날 보리라
오는 계절은
별빛도 아닌 그리움도 아닌
바람만 깨어있는 새벽이기를
기도하리라
청연
새벽이슬처럼 영롱하게
매달려 있는 기억들을
가지를 흔들어 털어내려는 용기를
차마 가지지도 못한 채
아파하고 또 아파해야 했다.
비탈진 가슴의 연민이라 여기며
강물에 띄우고 씻어보았지만
자꾸만 다가오는 추억들
허물어져 가는 낡은 담장에
기대어 피어나는 해바라기처럼
내가 가지고 살아가야 할
맑고 예쁜 인연이었으리라
낙화유수
청천에 흘러가는 연분홍 꽃잎들은
그리움 모두 담아 덧없이 흘러가네
어즈버 소소리바람 겨울처럼 매서워
청당매 홍매화는 물 위에 흐르건만
산수유 진달래가 청산에 화려하네
물 위에 멀리 흐르다 해거름에 멈추면
이내 맘 바람 되어 밤하늘 헤메이고
끝없는 그리움은 별 되어 피어나네
인생사 이제 한허리 어이하면 잊을까
내 머문 자리에 피는 꽃은
내 머문 자리에 피는 꽃은
가버린 날들이 아쉬워
아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 머문 자리에 피는 꽃은
앞을 보려 하지 않고
시드는 때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 머문 자리에 피는 꽃은
비옥한 순수에서 피어나
선홍빛 진실에 행복해하다가
별처럼 새벽에 떠나가면 좋겠다
내 머문 자리에 피는 꽃은
나를 보면 그저 작은 미소 한번
지어주는 꽃이었으면 좋겠다
하루
창가에 비치는 영롱함에
찰나의 시간을 잊었어라
이슬처럼 사라져버린
청춘은 아쉽기만 한데
또 한 번의 나래짖으로
햇살은 내게 오늘이라는
짐을 지워주고 멀찌감치
물러서 구경만 할 뿐
살아 가야 할 시간들
그리고 사라질 공간들
우리가 가진 전부이니
어쩌랴 함께 갇혀 버렸으니
또 한 번의 주홍빛치마를 입은
여인의 술잔에 푸념과 실소를
안주 삼아 서글픈 감사를 해야 하는
슬픈 삶들이여
아쉬움의 틀 속에 남겨진
한 장의 사진이 별이되어
허공에 머무는 이유도 모른 채
우리들은 또다시 찾아오는
오늘을 맞이하러
밤길을 재촉해야만 하네
그렇게 하루라는 소중함을 술과 바꾸어 버렸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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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전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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