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8차 창작 콘테스트 - 시 부문 공모/바람만 깨어있는 새벽 외 4편

by 風湅郞 posted Aug 09,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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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만 깨어있는 새벽


창문 열어 온몸 내맡기고

시린 것들 실어 보내면

다시 또 스멀거리는 애잔한 슬픔


흔들리는 별빛도

눈앞에 아른거리는 그리움도

잊혀진 기억들 도둑고양이처럼

담 넘어와 코끝을 할퀴면

바람이 불어서라고

애써 위로하며 창 닫으리라


아프면 아픈 채로

슬프면 슬픈 채로

그렇게 살아가는 날 보리라


오는 계절은

별빛도 아닌 그리움도 아닌

바람만 깨어있는 새벽이기를

기도하리라




청연


새벽이슬처럼 영롱하게

매달려 있는 기억들을

가지를 흔들어 털어내려는 용기를

차마 가지지도 못한 채

아파하고 또 아파해야 했다.


비탈진 가슴의 연민이라 여기며

강물에 띄우고 씻어보았지만

자꾸만 다가오는 추억들


허물어져 가는 낡은 담장에

기대어 피어나는 해바라기처럼

내가 가지고 살아가야 할

맑고 예쁜 인연이었으리라





낙화유수


청천에 흘러가는 연분홍 꽃잎들은

그리움 모두 담아 덧없이 흘러가네

어즈버 소소리바람 겨울처럼 매서워


청당매 홍매화는 물 위에 흐르건만

산수유 진달래가 청산에 화려하네

물 위에 멀리 흐르다 해거름에 멈추면


이내 맘 바람 되어 밤하늘 헤메이고

끝없는 그리움은 별 되어 피어나네

인생사 이제 한허리 어이하면 잊을까






내 머문 자리에 피는 꽃은


내 머문 자리에 피는 꽃은

가버린 날들이 아쉬워

아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 머문 자리에 피는 꽃은

앞을 보려 하지 않고

시드는 때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 머문 자리에 피는 꽃은

비옥한 순수에서 피어나

선홍빛 진실에 행복해하다가

별처럼 새벽에 떠나가면 좋겠다


내 머문 자리에 피는 꽃은

나를 보면 그저 작은 미소 한번

지어주는 꽃이었으면 좋겠다



하루


창가에 비치는 영롱함에

찰나의 시간을 잊었어라

이슬처럼 사라져버린

청춘은 아쉽기만 한데


또 한 번의 나래짖으로

햇살은 내게 오늘이라는

짐을 지워주고 멀찌감치

물러서 구경만 할 뿐


살아 가야 할 시간들

그리고 사라질 공간들

우리가 가진 전부이니


어쩌랴 함께 갇혀 버렸으니

또 한 번의 주홍빛치마를 입은

여인의 술잔에 푸념과 실소를

안주 삼아 서글픈 감사를 해야 하는

슬픈 삶들이여


아쉬움의 틀 속에 남겨진

한 장의 사진이 별이되어

허공에 머무는 이유도 모른 채


우리들은 또다시 찾아오는

오늘을 맞이하러

밤길을 재촉해야만 하네

그렇게 하루라는 소중함을 술과 바꾸어 버렸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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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전응진

필명 : 풍연랑

이메일 : jeonf117@daum.net

전화번호 : 010-3329-14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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