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은 예술이다
-무료급식소
“얻어먹는 사람은
짠 것을 찾게 된다”며
이미 삼삼하게 간해 나온 반계탕에
다시금 손님은
소금을 풀어 넣고 있다.
요며칠
그의 진한 슬픔들이
많이도 빠져나갔을 것이다.
국그릇 안에는
죽은 닭이 반 쪼개져 사는
이상한 바다 하나가 만들어지고,
숟가락 헤쳐 일으켜 세우는
기름 낀 파도 조각들이
무거워 보인다.
나는 덤덤하게
고개까지 끄덕이며
그 작품의 시작을 넌지시
바라보았다.
천혜향
위~잉크 여섯 개를 집어넣고, 네 앞에서 깜직해 질 거야.
깜박,깜박,깜박,깜박,깜박
깜박하고, 깜박 한 개는 오렌지 빛 햇살위해
놓고 올 거야.
오른쪽 눈으로는 질릴 때까지 널 바라보고
왼쪽 눈으로는
깜박깜박깜박깜박깜박
불을 켤 거야.
그러고도 모자란 불빛은 햇살위에 놓고 온
깜박 하나 깜박하고 떠올릴 거야.
오렌지처럼, 햇살처럼 나도
환하게 환하게 켜질 거야.
환하게 주황빛으로
눈이부시게 새콤하게
깜박깜박,깜박깜박,
깜박
까아~암.
박.
잔설
죽은 천사는
숨이 멎는 그 와중에도
내가 바라보는 세상의 전부를
품어주었습니다.
내 방의 창문은
마치 액자처럼
오늘 아침 그를 담아두었습니다.
0℃의 체온을 지나쳐
죽고 또 죽고, 죽고 또 죽어
시체의 썩는 냄새 같은 건
나지 않았습니다.
사람의 연약한 눈물에도 그는
고이 녹아 내렸습니다.
죽은 천사는 죽는 동안
내 세상의 전부를 얼려 놓았지만
그것은 내가 본 것 중
그 어느 것에도 비할 데 없는
따뜻한 마음이었습니다.
바람은 어떤 술인가?
바람은 어떤 술인가?
어쩌자고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
뼈저리게 취하게 하는가?
식물들은 또 어쩌자고 대책도 없이
저 바람 속에 몸을 놓고 헤매는가?
언제부터 육체와 영혼을 뒤집은 채
정신없이 저렇게들 취해 들고 있는가?
바람은 어떤 술인가?
겨울은 왜 이렇게 독하디 독한 것인가?
이 겨울 내가 마신 소주 몇 병은
내 영혼 깊은 곳에서
또 어떻게 불어오고 있는가?
나는 어떻게 흔들리고 있기에
이렇게도 심하게 비틀거리는가?
걷지도 못하고 차라리 부러짐을 택하는
식물들은 도대체
얼마나 얼마나 대취한 채 사는가?
바람은 어떤 술인가?
우는 술버릇을 가진 식물들의 울음소리는
또 어쩌자고
그 안에 섞이어 발효되고 있는가?
눈보라 2
겨울 속에
틈이 있다.
그 틈을 지우려고
발악이다.
비켜라!
나는 저것 비집고 당장
전생으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