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가 죽었다
새가 울었다.
너울지는 오미산의 첫째였다.
앙칼지고 새된 것이 기똥차게 운다기에,
덥석 집어 모가지를 비틀었다.
그렇게 첫째가 죽었다.
첫째가 죽었다. 첫째가 죽었다.
둘째가 파닥이며 꽥꽥 소리 질렀다.
허방지방 나무 새로 날며,
첫째가 죽었다. 첫째가 죽었다.
께름칙하다 하옵셔 머릴 잡아 찍으니
계곡에 비린내가 가시질 않어,
그렇게 둘째가 죽었다.
노을이 지고, 밤이 오기 전에
어디서 새 하나 날아와 고래고래 소리치니
둘째가 죽었다. 둘째가 죽었다.
오미산 기슭의 둥지는 이제 씨가 말랐다.
앙상한 삭정이같은 날개며
녹슨 바늘마냥 핼쑥한 부리며
딱딱 부딪히면서 울고 우니
둘째가 죽었다. 둘째가 죽었다.
시끄럽다던 임은 온데간데 없고
둘째가 죽었다. 둘째가 죽었다.
지치고 무서워 귀를 막고 누우니
둘째가 죽었다. 둘째가 죽었다.
돌쩌귀를 부수고, 흙바닥을 굴러,
소경이며 귀머거리가 된 채
비린내에 쫓겨 도망치는 중에도
둘째가 죽었다. 둘째가 죽었다.
바람이어라
저물디 저물어 밤도 저물어가는 새벽에
보이는 건 양초 하나에 까실하고 사박한 종이여라
야밤에 글을 읽고 있던 차에 누가 문을 두드리고
덜컥 문을 여니 노파 하나 찾아와 말을 건네는 데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어 문을 닫고 다시 글을 읽던 차에
내용이 서러워 낭독하던 차에 절로 눈물이 흐르는 데
- 난 이제 늙고 병들고 말어. 밤을 새며 몸 뉘일 곳 찾지만은
어디 하나 자리를 내주는 곳 없어 바람만이 날 찾는 데.
다시 누군가 문을 두드리매, 덜컥 짜증이 솟음 쳐 거칠게 문을 잠그고
책을 펴드는 데, 어째 내용은 간 곳이 없고 창가에 노파가 손짓하며
눈물을 퍼부으며 낭독을 하여라.
- 난 이제 늙고 병들고 말어. 밤을 새며 몸 뉘일 곳 찾지만은
어디 하나 자리를 내주는 곳 없어 바람만이 날 찾는 데
바람이 거세게 불어 날아갈 새라 엎드렸다 다시 고개를 드니
노파는 간 곳이 없고 책도 손에 없으니 꿈이여라 생각하고
잠자리에 들었으나, 다음 날 아침에도 여전히 방은 난장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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