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아이가 바라본 바다는
하늘처럼 티끌 없이 푸르고
바다 위에 떠다니는 범선은 종이배 같다
내가 오늘 여기 와서 그 바다를 보니
물결 위에 드리워진 그림자가 꿈만 같다
시간은 공간 속에 채색을 하고
어둠과 해무가 걷힌 장막 뒤에
밀려오는 파도가 자리한 이곳
출렁대는 파도가 다가오면
심장이 철렁거리는 것이
너 또한 누군가의 심장인가 보다
숨
윙~ 기계음과 그가 뿜어내는 열공기에
등을 타고 흐르는 땀방울이
식어갈 무렵 피어나는 아지랑이
난 아직 숨을 쉬고 있습니다
기름탱크, 가스, 칭칭 감은 전선줄에
더위에 달궈진 철판
모니터를 감시하는 내 눈이 감겨질 무렵
울려오는 경보 소리
눈을 뜨면 반짝이는 적색 등에
촉각이 곤두서는 내 모습이
난 아직 깨어있습니다
매일매일 돌아가는 청소기에
먼지 새삼 가득함이
여기가 사람 사는 곳인가 봅니다
부끄럽다
누가 나보고 소심하다 하거든
난 나밖에 몰랐다 하여라
누구를 위할 줄도 모르고
나만 생각하는
태초에 난 이기적이고 어기적거리는
그런 사람이었다
부끄럽다
그러나 어찌 하겠느냐
나도 먹고 살아야 하는 것을
내가 생에 부끄러웠던 건
가족의 삶에 도움을 주지 못한
죄책감 그거 하나뿐이었다
밑바탕이 검다는 것
백색 바탕에 흑색 글자
정말 평범한 장면은
흑색 바탕에 백색 글자와
무어 틀리랴
흑색이라 다 흑색이냐
채도, 대비, 그림자, 굵기
글과 여백에 옷을 입히면
나는 너희와 달리 윤기나는 흑색이다
밑바탕이 검다는 건
내가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꽃
2000원에 팔려 아파트에 전입 온 지 1년
방금까지 내리던 비가 멈추고
주인님이 떠나신 자리에 뙤약볕 내리 찔 때
꽃잎을 태웠다
흙이 메마르고 꽃잎이 시들해질 때쯤
날개 하나 자연으로 돌아가고
잎이 썩어 사라질 때까지
공간 속에 향기를 메우는
최후의 발악을 한다
어느 한적한 공간 속에
어둠이 밀려올 때
덜컹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주인님이 오셨어
나비도 벌도 찾아주지 않던 그곳에
분무기를 도구 삼아 꽃비를 내려준 당신에게
참말로 사람 냄새난다
내가 좀 더 성장하면 또 다른 화분으로
이사를 해야지
그러고는 언젠가 흙속에 묻힐 일이다
누군가의 가슴속에서 잊힐 일이다
이름 김종휘(지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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