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한국인 19회 창작콘테스트 시부문 공모(바다 외 4편)

by 살인미소 posted Sep 13,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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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

 

아이가 바라본 바다는 

하늘처럼 티끌 없이 푸르고

바다 위에 떠다니는 범선은 종이배 같다

내가 오늘 여기 와서 그 바다를 보니

물결 위에 드리워진 그림자가 꿈만 같다


시간은 공간 속에 채색을 하고

어둠과 해무가 걷힌 장막 뒤에

밀려오는 파도가 자리한 이곳


출렁대는 파도가 다가오면

심장이 철렁거리는 것이

너 또한 누군가의 심장인가 보다




 

윙~ 기계음과 그가 뿜어내는 열공기에

등을 타고 흐르는 땀방울이

식어갈 무렵 피어나는 아지랑이

난 아직 숨을 쉬고 있습니다


기름탱크, 가스, 칭칭 감은 전선줄에

더위에 달궈진 철판

모니터를 감시하는 내 눈이 감겨질 무렵

울려오는 경보 소리


눈을 뜨면 반짝이는 적색 등에

촉각이 곤두서는 내 모습이

난 아직 깨어있습니다


매일매일 돌아가는 청소기에

먼지 새삼 가득함이

여기가 사람 사는 곳인가 봅니다



부끄럽다

 

누가 나보고 소심하다 하거든

난 나밖에 몰랐다 하여라

누구를 위할 줄도 모르고

나만 생각하는

태초에 난 이기적이고 어기적거리는

그런 사람이었다

부끄럽다

그러나 어찌 하겠느냐

나도 먹고 살아야 하는 것을

내가 생에 부끄러웠던 건

가족의 삶에 도움을 주지 못한

죄책감 그거 하나뿐이었다



밑바탕이 검다는 것

 

백색 바탕에 흑색 글자

정말 평범한 장면은

흑색 바탕에 백색 글자와

무어 틀리랴

흑색이라 다 흑색이냐

채도, 대비, 그림자, 굵기

글과 여백에 옷을 입히면

나는 너희와 달리 윤기나는 흑색이다

밑바탕이 검다는 건

내가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2000원에 팔려 아파트에 전입 온 지 1년

방금까지 내리던 비가 멈추고

주인님이 떠나신 자리에 뙤약볕 내리 찔 때

꽃잎을 태웠다


흙이 메마르고 꽃잎이 시들해질 때쯤

날개 하나 자연으로 돌아가고

잎이 썩어 사라질 때까지

공간 속에 향기를 메우는

최후의 발악을 한다


어느 한적한 공간 속에

어둠이 밀려올 때

덜컹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주인님이 오셨어

나비도 벌도 찾아주지 않던 그곳에

분무기를 도구 삼아 꽃비를 내려준 당신에게

참말로 사람 냄새난다


내가 좀 더 성장하면 또 다른 화분으로

이사를 해야지

그러고는 언젠가 흙속에 묻힐 일이다

누군가의 가슴속에서 잊힐 일이다




이름   김종휘(지강)


연락처  010-8817-5791


이메일  ego-tism@hanmail.net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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