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9차 창작 콘테스트 시 부문 세상의 부끄러운 것들 외 4

by khswoolala posted Sep 25,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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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부끄러운 것들


 

비좁은 골목, 자전거 하나 굴러가지 못할 틈만 남기고, 친절하게 앞뒤로 주차하는 것

추적추적 비 오는 날, 제대로 묶지도 않은 쓰레기 더미를, 남의 집 앞에 슬그머니 버려놓고

그다음 날 눈부시게 아름다운 난장판을 우아하게 감상하며 나 몰라라 하는 것

보행자들이 먼저 건널 것을 알고도, 초록 불에 차 한 대가 찔끔 찔끔,

깜찍한 대가리 들이밀며 먼저 우회전하는 것

지나가려던 찰나, 괄약근부터 끌어올린 힘으로 정성 들여 침을 뱉는 것

 

세상의 부끄러운 것들을 청소하기 위해,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부터 더불어 사는 삶을

똥줄 타도록 실천하는 것











친환경 고문


찌르래미 한 마리가 문 밖에서 자지러진다

후룩후룩 호루라기 마냥 목청 한번 참으로 좋다

중학교 때 살던 원미동의 동네시장 두부 사리엇 아저씨가 떠올라

머리통이 가득 울릴 지경이다

 

악몽을 꾸었다

찌르래미는 물론이거니와 벌, 풍뎅이, 개미들이 천장이며 바닥에 다닥다닥

곰팡이처럼 피어있다

매서운 파리채를 든 나는 휘적휘적 팔을 저어 그들을 내리친다

번쩍, 천둥처럼 눈을 뜬다 끝내지 못한 어제의 피로가 흰자위막에 시뻘겋게 넘실거린다

슬그머니 현관으로 피곤한 발걸음을 옮겨보지만,

인기척을 느끼면 약삭빠르게 숨을 죽여 행방이 묘연해진다

약 올라 죽겠어!

오이고추를 식초로 말끔히 씻어 와삭와삭 와그드드득 씹어 제낀다

아이고오, 참말로!

아무리 친환경이 대세라지만 자연도 엔간히 해야 아름답다







아름다운 시


아름다운 시를 쓰려고 애를 썼다

아름다운 것만 찾으려 했고 멋진 것만 보려 했다

온갖 미사여구로 글을 장식했다

그것은 마치,

모양에 맞지 않는 조각을 구겨 넣어 망가진 퍼즐 같았다

아름다운 것만 찾으려 했고 멋진 것만 보려 했다


연필을 든 당신, 이미 아름다운데 말이다




전쟁


대포 소리가 났다

여기저기서 쾅쾅 터져댔다

반지하 작은 창문들이 벌벌 떨고 있었다

혼자 남은 쪼꼬만 여자아이는 생각했다


폭죽은 전쟁 같은 거구나





사랑에 빠진 달


달떴다 똥그란 달이

우리 엄마 환장하는, 눈부시게 황홀한,

하이얀 크림이 매끄러운 목덜미를 타고 농염하게 미끄러져 내리는 똥그란 크림빵이,

새침하게 토라져 고집을 부리다,

지 승질에 못 이겨 가늘게 야위며 안색이 누렇게 반짝이는

그리고 또 다시 이루지 못할 사랑에,

설레어 푼수처럼 천진난만하게 부풀어 오르는,

세상 가장 열정적이고 단단히 여물은

떴다, 사랑꾼이




구혜성/ khswoolala2@naver.com/ 010-9480-9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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