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백 나무>
널 만지던 촉감이 그립다.
털 하나하나의 느낌
유난히 좋아했던 까칠한 듯 부드러운 발바닥
그럴 때마다 난
이제 네가 된 편백 나무 잎사귀를 만진다.
가끔 놀러 오는 이름 모를 새와
옆 화단, 끝없이 자란 강아지풀은
어느새 너의 친구가 되었다.
네가 그리울 때마다 난
이제 네가 된 편백 나무 잎사귀를 만진다.
너를 만진다.
까칠한 듯 부드러운 촉감
네가 참 보고 싶다.
<파도의 위로>
반짝이는 바다를 가만히 본다.
비가 조금씩 내리는 궂은 날에도
너의 수천만 번의 반짝임은 여전하구나.
까만 우산을 가만히 들고 널 하염없이 보았다.
그저 바라보았다.
파도가 거세도 그 안의 너는 참 예쁘구나 하면서
비가 내려도 빛나는 네가 참 부러워지면서
반짝이는 바다를 가만히 본다.
너를 보는 멍한 시간 동안 생각했다.
나도 저렇게 반짝여야지 하고
나에게 넌, 작은 위로였다.
<별의 의미>
별이 반짝 빛났다.
누군가 말했다.
저렇게 빛나는 건 가짜별이야
저건 인공위성이야
왠지 모를 실망감에 물든 어린 마음
이제야 생각한다.
아름답게 빛나는 무언가가
별이든 인공위성이든 뭐 어떤가
빛남이 내 마음에 물들면 그뿐인데
<사물 소리>
눈앞에 어지러이 놓인
사물들을 톡톡 쳐본다.
신기하게도
어느 것 하나, 같은 소리를 내지 않는다.
묘하게 다른 음의 색
나의 소리는 어떨까
맑을지
두터울지
나를 톡톡 쳐본다.
내 마음을 똑똑 두드려본다.
<이해되는 마음>
비가 주룩주룩 내리면
왠지 모르게 슬퍼진다.
또, 묘하게
마음이 포근해진다.
싫은데 좋은 마음
위선적이지만
이해되는
그 무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