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서
1. 세월무상
2. 간장같은 마음
3.내 마음의 소리
4. 굳은살
5. 차창가로 번지는 슬픔
세월무상
청명한 이 가을에
겨울이 떠오르니
올해도 덧없어라.
올해의 내가
지난해의 나와
같을 리 없으련만
흰머리 늘었어도
마음은 늙지 못해
세월만 한탄하네.
내년에는 나도
세상에 선보일
새로운 꽃 피울까?
간장 같은 마음
짙은 나무색의
반투명 액체
햇빛과 바람의
자연 발효로
오래될수록
색과 맛이 짙다.
내 마음 자연 닮아
화려하지 않고
때론 검은색으로
오해 받을지라도
느리지만 진하게
잘 발효된 마음이고 싶다.
내 마음의 소리
청아한 목탁소리
아름다운 새소리
웅장한 북소리
청랑한 물소리
다 가질 순 없어도
가끔 내 마음에서
저런 소리 하나쯤
들린다는 말 듣고 싶다.
굳은살
전투화에 박힌 황토색 진흙처럼
백전노장 훈장 같은 두툼한 살덩어리
우리의 손과 발이 세월 속에 인이 박혀
노랗게 변색되면 웬만한 일 참아낸다.
우리의 인생에도 굳은살이 존재하니
우리의 눈과 얼굴에 무채색으로 박혀
흔들리지 않는 눈빛의 평정심
여유와 미소 띤 얼굴로 나타난다.
차창가로 번지는 슬픔
내 맘에 비 내리니
차창가로 비가 번진다.
고즈넉한 시골 불빛
번지듯 내안으로 스민다.
오래된 고통의 기억인가
현실의 고단함인가
내 맘속 무엇이 뭉쳐
비가 되어 내리는지.
그토록 바라던 비였건만
마음속 구름마저 보테니
푸르던 산 검게 다가오고
잿빛하늘 더욱 어둡구나.
내 맘에 비 내리니
차창가로 슬픔이 흘러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