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한국인] 제 19차 공모/ '시' 외 3편

by goddiel posted Oct 10,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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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지



모두들 시를 쓴다 , 그래서 나도  시를 쓴다

갖가지 은유들이 머리카락처럼 뒤엉키고

애매모호한 표현들이 먼지처럼 나뒹군다

그래 어쩌면 나의 시는 이렇게 하나의 방이겠다

오랫동안 쓰지 않은 방- 창틀 사이 비집고 들어온

햇살 아래에는 뿌연 먼지, 먼지 밖에 없는 방

분명 무언가가 가득했었던 공간이었는데 

지금은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는 공터, 아니 공허

그래 어쩌면 내가 쓰는 시는 이렇게 공허하겠다

무엇을 담고자 하는지, 무엇으로 채우고자 하는지

몰라도 일단은 먼지 쌓이는, 방 그 안을 가득 채운 공허

모두들 시를 쓴다, 그래서 내가 쓰는 공허도 시가 된다












/ 이현지



이 깊어가는 밤의 심장쪽

그 한가운데에 나는 누웠다

광활한 우주-고요함과 소음의 공존

산소통도 필요없다 나는

허우적거리다 먼지가 되면 그만

블랙홀같은 잠의 세계

홀리지 않기 위해 부던히 애쓰며

내 누운 자리 몇 평의 공간은

우주를 닮아 미스테리로 가득 찼다












흙탕물/ 이현지


불순물이 가라앉을 때에는 제 아무리 흙탕물이라도 깨끗해 보이기 마련이다

아무 문제 없는 듯 했으나 병적인 고독은 복부 아래쪽으로 가만히 가라앉아있었던 것 뿐

예기치 않은 휘적거림으로 불순물이 마구 떠오를 그 때에는 흙탕물이었음을 자각하고 운다

마치 원래는 흙탕물이 아니었다는 듯이, 내가 흙탕물이라는 것이 못내 서럽다는 듯이.













어머니 제 꿈은 / 이현지


어머니 저는 글을 쓰고 싶어요 얘야 네가 무슨 글이냐

어머니는 어머니가 되고 싶으셨나요 얘야 그게 무슨 소리니

어머니 저는 딸이 되고 싶었을까요 얘야 알아듣게 얘기해

어머니 저의 시작은 저의 선택이 아니었지요

그러니 인생을 살 때에도 제가 선택할 수 없는 것들을 단념해야 하나요

어머니 아마도 저의 끝도 저의 선택이 아니겠지요

그러니 어머니, 저는 시작과 끝 그 사이를 걸을 때 다만 쓰고 싶어요

어머니, 내 사는 삶이 이러했노라고 얘야 꿈에서 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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