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 편지 外 4편

by 백암 posted Nov 03,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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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 편지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녘

물안개 밤바다를 뿌옇게 가리고

어부는 배를 몰아 바다로 나간다.

 

잔잔한 파도를 헤치고

방파제를 지나며

등대 불빛에 인사를 받고

항구를 떠나간다.

 

바다로 나간 어부의 아내는

이제나저제나 오실까

망부석이 되어 바다를 바라보다

낙엽 위에 편지를 적어 바다로 띄워 보내고

 

바다로 향한 배 위에

갈매기 한 마리 날아들어

입에 물고 온 낙엽 편지 놓아둔 채

저 멀리 망망대해 날아가고

 

늦은 저녁 만선되어 기쁜 마음

등대 불빛 안내 받아 항구로 들어서니

낙엽 편지 적힌 아내 마음

이내 풀어지더라.



태엽시계

 

언제부터일까

인기척 하나 없이

세월의 흔적일까

오랜 시간 잠자는 모습처럼

낡고 허름한 태엽시계

 

오래전 외갓집

안 방 입구

머리 하나 위에 내걸린

오래 된 할머니의 주름살처럼

 

외할머니 돌아가시고

누구 하나 손대지 않아

그 오랜 시간 멈춰버린

태엽을 감아줘야 움직이는 시계

 

의자를 받침으로 올라

문을 열어 태엽을 감으니

언제 그랬냐는 듯

스윽 스윽 땡

종 한번 치더니 잘도 간다.




비의 운명

 

한여름 대지의 뜨거운 열기에

습한 공기 조금씩 모아

하늘 세상 위 구름 만들어 떠다니다가

 

낯선 땅

산마루

나뭇가지에 걸린 것처럼

떡하니 멈춰서더니

 

이리 쿵 저리 쿵

앞서거니 뒤서거니

부딪혀 모여들더니 검게 멍이 든다.

 

하나 둘 둘러 앉아 인사 나눌 겨를도

누가 먼저 랄 것도 없이

지상으로 향해 몸을 날리니

그것이 비의 운명이라

생의 끝자락이로구나.



성급함

 

달달한 것이 입맛을 자극하고

허기진 뱃속 요동 속에

책상 위 작은 통에서

하나를 꺼내 입안에 넣는다.

 

뭐가 그리 급한 마음에서일까

단단한 껍질을

오도독 오도독

어느새 입 안 가득

단내를 남기고 사라진다.

 

다음엔 천천히 살살 녹여가며

입 안 가득 퍼지는

사탕의 향연을 느껴보려 다짐하지만

그 말도 지켜질리 만무하다.

 


습관

 

다음엔 천천히 먹을 거라 했지만

이번에도 결국엔

단맛의 음모에

그만 빠져 들고야 말았다.

 

언제나 그렇듯 내 입 속에서

산산이 부서져

입 안 가득 퍼지는

맛의 향연에 녹아들었다.

 

다음에는 꼭 그렇게 해야지

다짐을 약속하겠지만

그 다짐이 지켜질리 만무하다.



현상엽

hyunsy73@naver.com

010-3184-4866

Who's 백암

profile

서울북공업고등학교 토목과 졸업/ 대구출생

한식/양식/중식 조리기능사, 토목제도기능사, 소설가

()한국문예학술저작권협회 회원, 한빛문학 편집위원

(사)한국환경실천연합회회원

11회 문학세대 전국문학창작공모대회 시 부문 은상

12회 문학세대 전국문학창작공모대회 수필 부문 광주광역시장상(2014)

2015 사람과 환경 창간 10주년 특별기획 문학상 영화 시나리오 부문 장려상

황순원 탄생 100주년 기념 <소나기 속편 쓰기> 공모전(일반부) 가작(2015)

MBC 방영드라마 시나리오 웹 소설화 공모전 우수상

9회 효사랑 글짓기 공모전 <백일장대회> 입선(2016)

K-스토리 작가 신인상 작품공모전 중편소설 부문 신인상 등단(신아미디어그룹)(2017)

한빛문학 한빛문학상 공로상 수상(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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