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한국인]제 20차 창작콘테스트 시 부문 응모- (박선호)

by gaury posted Nov 03,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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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백릉 서곡

철새 녹아 찰 지게 흐르고

듬북새 고향 찾어 우지 짖는 곳

 

혼탁한 삶 절망 꽃이 영글던 시대

탁류 흐른 후 서곡을 노래했던 백릉

 

동냥글 어린 시절 치성단 북두칠성

우리 엄니 슬픈 정성 뉘 알까 어찌할까

 

커다란 왜가리 가깝게 날더니

궁상맞은 시 한편 떨구고 간다

 

2. 밤 기도

울타리 섶에 핀 타는 진달래

밤 기도 소리에 하얗게 울다.

 

바람에 깃드는 불꽃처럼

속절없는 눈물 볼타고 흐른다.

 

엷게 어린 아른한 실오리처럼

흐릿한 무리로 나리는

밤비 소리가 청승이다.

 

3. 물속으로 가자

숨통 끊어질듯 홰치는 아침 닭소리가

온 몸을 파고들며 새벽과 아침을 이간질시킨다.

고요와 적막도 어쩌지 못하는 기묘한 설움으로

한 밤이 꼬박 걸려 잠자리를 털렸다.

시린 발자국이 정수리 높게 흔적을 꾸려도

미련 많은 세상살이 때문에 중언부언 할 때 많다.

새들은 물위를 사쁜히 잘도 딛는데,

다 저렇게 물 사위를 애틋이 보듬는데,

발 디디자마자 아가리 벌려 삼킨다.

물속으로 사라지자.

흰 점 하나 찾기 힘든

아가리 속으로 삼켜져 숨조차 버겁게 쉬자.

물위에 발자국 남기는 새 따라 가지 말고 물속,

물 사위조차 셈하는 생명 없는 곳으로 가자.

 

4. 비가 온다

핏줄처럼 이어지는 비

따뜻하게 내린다

 

오목조목 흔들거리는 비

산과 들을 깨우며 내린다

 

황토흙 토닥토닥 두드리는 비

봄 꽃향 우산처럼 내린다

 

비 그치고 그리움 도지기 전에

자욱한 연기처럼 날아가자

 

5. 빗방울 편지

서툴게 걷는 빗방울이 낡은 슬레이트

지붕에 부딪혀 자꾸 넘어진다.

 

얼마나 걸었는지 빗발마다 물집 가득한 방울들이

땅에 닿자마자 툭툭 사연을 풀어 고요와 섞인다.

 

감당하기 힘든 큰 빗방울이 겨울 가슴에 움푹 패였다.

오래 전부터 이 소식 방울져 내렸지만

 

낡은 슬레이트 지붕에 걸려 땅에

전하지도 못하고 움푹 패인 가슴에 애타게 내린다.

 

낡은 지붕 용마루에 걸린 처녀달이 슬프게 젖어

빗방울 편지 밤새도록 소리 내어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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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호 (朴宣昊)

전화번호 : 010-2827-0690

이메일 : uuua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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