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에 불이 꺼지면 별이 빛나듯
내 마음에 불이 꺼지면 네 마음이 보인다.
밤이 숨죽일수록 별빛이 속삭이듯
내 마음이 숨죽일수록 네 마음이 들린다.
밤이 익어가듯 내 마음이 익어가면
별빛보다 따스한 네 진심이 내 마음을 울린다.
꽃과 나비
뙤약볕에 지친 꽃들이 안쓰러웠을까?
흰나비, 노란나비 모두 모여
여리디 여린 두 날개로
팔랑팔랑 부채질한다.
살랑살랑 날갯바람이
보드랍게 꽃잎을 간질이면
기분이 좋아진 꽃들은
고맙다며 고맙다며
향기로 초대장 쓰고
꿀 한 모금씩 대접한다.
할머니와 가로등
할머니댁 가는 길
목 빼고 늘어선 가로등
어서 오라며 허리 숙여 인사한다.
새벽부터 우리 기다리고 있을
할머니 맘 아는 것처럼
집으로 돌아가는 길
힘없이 고부라진 가로등
걱정 어린 눈길로 가는 길 밝혀준다.
지금도 우리 걱정 하고 있을
할머니 맘 아는 것처럼
땅
봄에 꽃잎이 나풀나풀 떨어지면
땅은 꽃이불을 덮는다.
갓 태어난 아기처럼 편안히 누워.
여름에 빗방울이 투둑투둑 떨어지면
땅은 물총놀이를 한다.
개구쟁이처럼 흙탕물을 이리 튀고 저리 튀며.
가을에 낙엽이 수북수북 쌓이면
땅은 몸도 마음도 넉넉해진다.
가을걷이하는 농부처럼 그득한 곳간을 생각하며.
겨울에 눈꽃이 소복소복 쌓이면
땅은 마냥 아이들을 기다린다.
손자와의 즐거운 한때를 꿈꾸는 할아버지처럼.
또 그랬다
또 그랬다.
한 번만 꿀꺽 삼키면 되는데
또 그랬다.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 거면서
또 그랬다.
맘 아파할까 걱정할 거면서
줍지도 지우지도 못하는 그 말
또 뱉고야 말았다.
성명 : 구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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