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서-
1. 누구나의 봄
2. 할 일이 생겨서
3. 안개의 향
4. 몸부림
5. 언제부턴가
누구나의 봄
모든이에겐 봄이 있다.
우린 봄을 청춘이라 부른다.
양화대교의 택시기사님도
커리어우먼에서 주부로 전향한 어머니도
청춘을 짊어지는 우리들도,
힘듦과 아픔 그리고 시련의 계속됨에
청춘이다. 청춘일까. 청춘일까.
저마다 다른 '봄'이 존재한다.
저마다 다르지만
봄을 청춘이라 부르기를.
할 일이 생겨서
기차의 종점이 없다면
낡은 동전이 필요하다.
풍경과 세상이 겹이 되어
넓은 물 사이 들판이 옷을 갈아 입는다.
기다리는 이 없이
기다릴 일 없이
작은 창을 갖는다.
국수가 먹고 싶어 헤진 옷을 털고
문이 열리길 기다린다.
안개의 향
물의 입자들이 흩어져
눈에 먹구름이 낀다.
그다지도 다르지 않은 거리를
보는 내 시선
푹 눌러쓴 모자가 축축해진다.
세상이 더부룩해져
메스꺼운 입김이
내게 전해진다.
전위적인 시선만을 고집했던
착상이 습한 거리에 매료된다.
파로스 등대는 무너졌다.
어둠이 드리워진 안개의 향을
꿰뚫는 창이 무뎌졌다.
지독히도 무거운
안개 속에서
회색 안개가
더 쏟아지길 바라며
나도 무너졌다.
몸부림
누구 없소.
적는 행위만으로
누구도 내게 올 수 없소.
러시아 시베리아 바이칼 부둣가에 버려진
생선을 도둑질 하는 갈매기 무리가
익숙한 까닭은
내겐 내가 없기 때문이오.
태어나면 한 자리에 머무는 나무에도
철새 한 쌍 들렸다 가는데
나의 숯한 사계에는
방문하는 이 없소.
파도 한 뼘 담은
카밀레 차 한 잔에 나의 밤을 맡기오.
언제부턴가
도로 표지판에 '여행' 두 글자를 봤다.
감성적인 글자에 그대로 직진하려 했다.
날 좋은 어느 날, 떠나기 좋은 날
아니, 떠나고 싶은 날
퍼런 표지판을 다시보니 '여행'은 커녕
딱딱한 지시만 있었다.
판때기 따위가 뭐라고 나를 슬프게 한다.
내가 이미 슬펐던 거구나.
언제부턴가
그 언제부턴가
나는 나를 버리기 시작했다.
내 안의 쓴 뿌리가 깊어만 간다.
얻음보다 잃음이 많아진다고 생각할 즈음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할 즈음
소중한 것이 소중한 것임을 망각할 즈음
감정의 소모가 지칠 즈음
확신보다 확장을 좇는 내 모습이 거울에 비친다.
다짐해야겠다.
다음 표지판에 쓰여있을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이름 : 김동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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