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길 외 4편

by 소담 posted Nov 27, 2017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나의 길

누군가 나에게 말했다

먼 것은 헛된 희망일 뿐이라고

희망은 헛된 열정은

너를 아프게 할 뿐이라고


그래서 땅만 보고 걸었다

그래서 가까움만을 좇았다


고개를 들어보니 막다른 길이였다

주위를 둘러보니 아무것도 없었다


또다시 나에게 말했다

때론 먼 것을 볼 줄도 알아야한다고

때론 가까움만이 답이 아니라고


나는 물었다

도대체 무얼 바라봐야 한다는 말입니까


폭풍 전 바다와 같이

사방은 고요했다

아무런 음성도 들리지 않았다


눈을 감고 나에게 집중했다

귀를 닫고 내 안의 소리를 느껴보았다


그러자 길이 보였다

누군가 알려주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것이 나의 길이라는 것은


귀를 기울이며


아버지의 티비 소리

어머니의 전화 소리

칭얼대는 동생의 소리


사소하고도 작은

평범하고도 일상적인

소소한 소리에

나는 귀를 기울여본다


한참을 그저 듣고만 있다

한가지 생각을 떠올려본다


아, 내가 들은 소리는 평범함이 아니였구나

아아 이것은 행복의 다른 소리였구나


작은 일상 속 작은 행복

누군가에겐

가질 수 없는 평범한 행복


겉과 속


동전은 앞면과 뒷면이 있다

어떤 일에도 이점과 단점이 있으며

사람에게도 겉과 속이 있다


모두 각자의 이유로

혹은 각자의 걱정으로

자신의 속을 꽁꽁 숨겨놓는다


그러다보면

겉이 자신을 쓴 것인지

자신이 겉을 쓴 것인지

헷갈리는 날이 온다


그제서야 자신의 겉을 벗으려면

그때서야 자신의 속을 찾으려면

너무 늦은 때일 것이다

더 늦기 전에 내 속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스치듯 지나가는

바람과 같이


스치듯 불어오는

봄과 같이


내 마음속

한 켠의 구석도


스치듯 지워지고

스치듯 채워진다


따스한 봄바람에

노니는 다람쥐도


돋아난 파릇함에

깨어난 개구리도


너 나 할것없이

봄을 하나둘 채워간다


관계


매듭을 맺듯 또

매듭을 풀듯


쉽게 맺고 풀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친구로 또 가족으로 또 상사로

후배로 또 선임으로 혹은 제자로

많고 많은 관계로 서로를 만나고 또 부르지만

이 중 진실된 관계가 서로 있을까


매일을 만나지만 또 매일을 헤어지고

무용한 관계로 서로를 만나느니

매일이 또 매일이 힘들 수 밖에


사람은 수없이 늘어나고

관계는 벅차게 불어간다


언젠가 비로소 관계에서 해방될때

꼬이고 꼬인 매듭을 나혼자 풀 수 있을때


나의 소중한 사람들을

진실된 관계들을

비로소 마중할 수 있을 것이다




이선민 euni0204@hanmail.net 010 7774 7155


Articles

43 44 45 46 47 48 49 50 51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