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한국인] 제20차 창작콘테스트 시 부문 응모 겨울밤, 고양이 외 4편

by 현건 posted Nov 28,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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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밤, 고양이


무에 그리 서러운지 너는 내게로 뭉근히도 기대어왔다
품을 파고드는 네 하얀 몸을 보노라니 나도 괜히 서러움에 고개를 떨구었다
은근한 가로등 빛 감싸듯 안아주는 벤치에서 그렇게 너와 나는 부둥켜안았다
시린 버림 피해, 아린 그리움 피해 주린 배 움켜쥐고 부둥켜안았다
그날 밤 하늘은 어두웠고 바람은 싸늘했지만 우리는 따듯했었다


낙심


작은 창으로 해가 떨어진다.
내 마음도 떨어진다.
해는 보이지 않는 너머를 헤쳐가지만
내 맘은 보이지 않는 늪으로 가라앉는다.


존재로부터, 부재로부터


무엇을 위해 사는가, 무엇을 위해 죽는가
나는 늘 묻곤 하였다
까맣게 타버린 심장은 침묵하였고, 하얗게 바스러진 머리는 외면하였다
해답없는 물음은 그렇게 나를 떠돌았다
나는 그동안 흩어졌고, 무너졌으며, 쓰러졌다
바닥 그 아래의 바닥, 마침내 차갑고 축축한 진실에 뺨을 대고야 나는 깨달았다
처음부터 내안에 답이 있었노라고
어리석은 짐승은 그제야 목놓아 울부짖었다
심장이 터지도록 머리가 깨지도록


손을


손을 잡기보다 손을 주는 사람이 되기를
서른의 어느 날에 어느 노래 가사를 듣고 생각하였다
손을, 누군가의 손을 너무도 바랐기에
손을, 누군가의 손을 너무도 바라는 이에게 손을 줄 수 있기를 바랐더라
비록 그 손이 너무도 앙상하고 나약하여 일 푼의 도움조차 되지 못한 더라도
손을 주는 누군가가 있음을, 적어도 한 명은 있음을 알려주고 싶더라
서른의 어느 날에 어느 무능한 남자는 그리 생각하였다


그렇게 나무가 되었다


달빛도 숨어들고 별빛도 사그라든 칠흑의 밤
너는 빼꼼히 고개를 내밀었다
누구도 찾아주지 않고 누구도 찾을 수 없는 적막한 밤
너는 당당히 두 팔을 내뻗었다
대지도 얼어붙고 공기도 시려떠는 혹독한 밤
너는 꼿꼿이 허리를 피었다
마침내 긴, 기인 밤이 끝났을 때, 홀연히 햇살이 비춰올 때
비단실처럼 고왔던 네 두 팔은 땅끝까지 뻗어나가
가엾은 것들, 갸냘픈 것들 모두를 감싸안았다
옥비녀처럼 수줍던 네 허리는 하늘 끝까지 뻗어올라
서러운 것들, 서글픈 것들 모두를 가려주었다
그렇게 나무가 되었다
너는 그렇게, 나무가 되었다


응모자명: 장은준

이메일주소: dlfla88@gmail.com

hp번호: 010-4001-9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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