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한국인]제 20차 창작콘테스트 시 부문 응모- 호흡과다 외 4편

by 20140095 posted Nov 29,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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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과다

    

보통 호흡으로는 숨이 가빠

한숨으로 들이쉬고 내쉰다

 

걸어도 걸어도 까마득한 것이

나는 달을 향해 걷고 있을까

 

사랑하는 이는 기약이 없고

해 짧은 하루는 야속히 자취를 감춘다

 

벅차오르던 숨이 터져

기나긴 한숨으로 땅에 스며든다

 

꿈, 사랑, 희망

이 모든 것들의 아득한 원근감에

멀미가 이는 밤

 

 

관성

             

시작은 한 번의 곁눈질이었다

 

그 곁눈질에 몇 번의 대화가 덧붙여졌고

며칠의 설렘과 몇 달의 기다림,

수도 없는 입맞춤과 이야기들이 덧칠되어

 

몇 년의 회한과 그 이상의 그리움이 더해진 지금

나는 아직도 너를 관성처럼 사랑한다

 

이제는 홀로 쓰이는 둘만의 이야기

네가 없는 곳에서 너와의 이야기를 만든다

너는 오늘도 내 모든 시간을 안고 흘러간다

    

 

풀꽃

    

길을 가다 불현듯 멈춘다

나를 붙잡은 건 한 송이 풀꽃

 

어릴 적 집에 오는 길이면

풀꽃을 엮어 꽃다발을 만들었다

 

강아지풀 민들레꽃

패랭이꽃 할미꽃

 

색색이 모은 풀꽃다발은

집에 있는 엄마 손에 쥐여드렸다

 

하루는 엄마가 울고 있었다

어쩔 줄 몰라하다

엄마 왜 울어,

꺾어온 풀꽃다발을 안겨드렸다

 

길을 가다 불현듯 멈췄다

나를 붙잡은 건 한 송이 풀꽃

엄마 눈물자국에 피어났던 엷은 풀꽃

이제는 꺾지 않는 한 송이 풀꽃

    

 

인간의 관성

    

변치 말고자 했던 것은

너무 쉬이 변해버렸고

 

변하고자 다짐했던 것은

그대로 남아 굳어버렸다

 

어쩜 이렇게

인간의 관성은 차등적인지

 


마지막 문자

                

몇 해가 지난 지금까지도

그날을 생각하면 기침이 나온다

 

간절히 답장을 기다리는 내 모습을

아마 당신은

생각해 본 적이 없으리라.

 

절망감 그러나 기대감,

한없이 내려앉는- 하지만 북받쳐오르는,

모든 상황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묘한 자신감

정체모를 감정이 뒤섞인 문장들이 당신을 향했다

그 자신감은 빠알간 껍질 안에서만 새하얀 사과의 속살과 같아서,

나를 벗어나 이내 산화하고 갈변하여 거무스름한 자괴감이 되었다

 

시간이 흘러가며 내가 할 수 있었던 건

실망감, 좌절, 분노, 후회에 휩싸여

더딘 시간 속에 뒤집힌 속을 부여잡고

그저 견뎌내는 것뿐이었다

그 어떤 것도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메스꺼운 시간들이 이어졌다

 

울리지 않는 휴대전화의 환청을 수없이 듣고

멀미에 지쳐 눈이 풀릴 때쯤 되어서야

네 답장은 태연히도 내 앞에 서 있었다

 

서서히...

 

그리고

 

빠르게

점점 빠르게

나는 당신을 마주한다

 

빈 속에 차가운 단어들이 쏟아져 내려오면

아, 나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 채 그 안에 잠길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저

차가운 흙구덩이 속에

길길이 날뛰는 미친 들짐승들을 넣어두고

그들이 잠잠해질 때까지,

아무리 귀를 막아도 들리는 울부짖음을

온 몸으로 버티어내며 주저앉아있을 뿐이었다

 

당신을 만났던 계절은

내겐 너무도 일교차가 컸던 나날들이다

하루에도 몇 번 씩 극과 극을 오가던 날씨에

온종일 감기에 걸려있었다

 

그런 나를 당신은

단 한번이라도 생각해준 적이 있었을까

몇 해가 지난 지금까지도 의문이 가시질 않는다

 

그날을 생각하면 아직도 기침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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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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