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문학 한국인] 제 20차 창작콘테스트 시 부문 응모 「은하수」외 4편

by 기범쓰 posted Dec 03,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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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



쏟아져요.

당신이 내게 쏟아져요

쏟아질 듯 넘칠 듯 내게 안겨와요

아찔한 그 향에 파묻힐 듯 안겨와요

이대로 깊이 가라앉고 싶어요

짙은 동공 같은 밤하늘로 짖고 싶어요

수많은 별빛은 우리를 에워싸고

그 중 가장 빛나는 것은 당신의 것이지요

옅은 미성으로 구름 위를 걸어요.

잠결에 깬 목소리를 들려줘요

편안하고 느린 숨소리를 듣게 해줘요

모든 경게를 허물고 내게 안겨주세요






확률


순간에 충실해야 한다

너를 만나
꿈을 찾아
지금 이 시간을 맞아
여기에서
무언가를 할 확률이

무언가조차 하지 못할
여기가 아닐
이 시간을 맞지 못했을
꿈을 꾸지 못할
너를 만나지 못할
확률을

이겼다는 뜻이니깐




문장


옹알이 같은 단어로 시작해서

마침표를 찍는 한 문장을 쓰기까지

너무 많은 상처가 있었고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






서점


내 마음의 서점에 들른 당신, 환영합니다 <설렘> 연체는 일주일

책 내용이 마음에 드신다면 연장 가능

추후 <사랑> 연체로 가능합니다


다만 <사랑>을 연체하시기 전 필독하셔야 할 <한결같음>과 <믿음> 부록은

꼭 가져가셔야만 연체 가능합니다 <사랑> 도서가 지루해지신다면 <귀찮음>과 <무관심>이 끌리실 테지만,

비 추천 도서입니다


오늘도 서점에 들러주세요


어서오세요, 마음 서점입니다.





행성


내 마음은 우주와 같아서 너 하나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평생을 보낼 구석 하나 내어줄 수 있었다.

내 마음은 영원을 살아서 너 하나쯤 아무리 오래 머물다 간들 그저 스쳐 지나가는 짧은 인연에 불과하다 말할 수 있었다.
다만 당신이 아주 보기 드문 아름다운 행성이라, 푸르게 숨을 쉬는 당신이 죽었을 때 이제 먼지 덩어리만 가득 쌓인 마음 어느 곳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나 하는 것이 문제였을 뿐이다.








최기범

kibeom136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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