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뒷면을 향한 여행>
눈가의 서러움 맺힌 듯
떨어진다.
지우개 가루되어 사라진
너의 자리
소리내 너를 부르면
네 귓가에 닿을까
밤하늘 바라보며 한참을
서있었어.
아무도 없는곳에 소리내 울고픈데
달빛을 피해 숨기가 이렇게도 어려울까
달뒷편도 아니었어. 숨을곳은 아예 없네.
네모습은 내 눈속에 보석처럼 박혔거든
눈물이 흘러내려도 씻기잖는 네 모습
<바다 상자>
넘실넘실 파도 따라
신명나게 춤을 춘다.
누구라도 내 육신 발견하길
바랬다.
어머니 그 울음소리 귓가에만
맴돈다.
부모님 품안으로 못 돌아간
어린 혼
오늘 바다 속에 갈 곳 몰라 떠돈다.
아버지 그 부름 소리 촉촉하게
젖는다.
누군가 열어주길 굳게 닫힌 이 문을
간절히 기도했다.
보고픈 가족 얼굴들
떨어진 노란 리본을 모두가
날 잊었다.
구슬픈 파도 소리에 내 울음은
파묻히고
언제쯤 세상 빛을 벅차게 바라볼까
시간은 흘러갈수록 내 몸은
사라진다.
부모님께 못다 전한 그동안의
그리움
언제쯤 다시 마나 그 품안에 안길까
오늘 파도를 따라 신명나게 춤춘다.
<손금>
낡아빠진 구두 신고
암흑을 헤쳐 간다.
매서운 바람이 옷깃을
스친다.
점점 더 작아져가는 아버지의 처진 어깨
하늘로 뻗은 선
호랑이 기상 닮아
장군이 될 거라던 아버지의
운명
오늘도 낡은 구두로
문을 나선 아버지
아래도 뻗은 선 노후 걱정 없다더니
두 손에 짙게 물든
재투성이 고단함
추위에 메말라버린 아버지의
눈물샘
<지붕>
아버지 어깨위에 흰눈이
걸려있다.
아마도 밖에는 눈발이
날리나보다.
어깨 위 흰 눈송이도 무거워만 보인다.
아버지는 든든한 우리의 지붕
지붕이 있어야 눈보라를 피한다.
바람은 쉬지도 않고 지붕을
때린다.
눈보라 녹여내는
아버지의 둥근 어깨
축축하게 어깨 젖어도
아버지는 웃는다.
그 웃음 구슬프게만 내 귓가에
맴돈다.
<목도리>
고막에 내리꽂는 바람의
울음 소리
혹여나 갓난아기
괴물에 잡혀갈까
긴 바늘 손수 뜨셔서
아기 목을 감싼다.
걸어가는 내 목 위에 손길이 둘려 있다.
보슬한 실 뭉텅이
향내가 남았다.
작지만 온기 가득한 어머니의 손길이
그립다.
어머니의 내음새가 가득한
그 목도리
두 번 다시 맡을 수 없는
그 시절의 냄새
자꾸만 검은 하늘은 구슬프게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