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것上
새것은 첫 티끌이
그리도 어렵다
마음에 들지 않아
북북 찢는 공책처럼
첫 발자국을 찍는
새하얀 눈밭도
어쩌면 새것이다
새것은 잠시나마
고고함을 유지하고
견고했던 빛을 잃고
언젠가 낡아버린다
첫 발자국을 찍은
새하얀 눈밭 또한
꺼먼 땅바닥을 드러내며
환상
나는 너를
힘껏 간지러피우고
달아나 버린
책에서 본
어느 애벌레의 흔적
달밤,
모두 침묵할 때
다시 파닥이는
꿈에서 본
어느 흰 나비의 표상
안정
돌풍이 찾아와
머리칼을 휘저어야
깨닫는 것
거친 소낙비가
어깨를 두드려야
느끼는 것
잔잔한 일상이
돌부리에 걸려
실금이라도 나야
과거의 안정을 본다
넘치다
조그마한 호수는 바다가 부러웠다
작은 나룻배를 배 위에 올린 호수는
차오른 보름달 담는 것도 모자라
드넓은 은하수를 가지고 싶었다
거대하고 푸른 바다는
밤이면 별가루 뿌린 듯 반짝였고
넙대대하고 깊은 몸은
참으로 인어를 품을 것 같았다
호수는 바다가 되고 싶었다
이슬비든 소낙비든 쏟아지면
온 힘을 다해 쓸어 담았다
호수는 점점 불어나
그 찰랑임이 위태로웠지만
호수는 그치지 않았다
어느 장마철,
하늘이 무너질 듯 내리쳤다
호수는 신이 났다
바다처럼 삼키면 될까봐
그리고 호수는 넘쳤다
새것下
새것은 첫 티끌이
그리도 어렵다
몹시 맘에 들어
고이 모셔둔 흰 옷처럼
첫 발자국을 찍는
새하얀 눈밭도
어쩌면 새것이다
새것은 잠시나마
고고함을 유지하고
언젠가 낡아버리지만
추억을 담는다
첫 발자국을 찍은
새하얀 눈밭 또한
그 겨울을 기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