靈은 무게가 없어요
김 선 애
질질 짜는 사랑은 이제 그만!
사랑은 내 것이니까요.
‘확’ 끌어 당기세요.
쭈뻣거리지 말고요.
화끈한 당신!
사랑의 줄다리기는
힘의 싸움이 아니라, 영의 싸움이에요.
텔레파시로 님을 쭉~끌어 당겨 보세요.
손 하나 안 되고도 끌려 올 거예요.
영의 줄다리기는 힘이 필요 없어요.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이길 수 있어요.
내 님을 원하는 대로 사랑할 수도 있어요.
싸움에서 이기고 지는 것은 말이죠?
바로 영적으로 누가 더 세느냐에 달려있어요.
靈은 무게가 없어요.
남자도, 여자도 없지요.
동물도, 식물도, 신도 모두 무게가 똑같아요.
그걸 알면요?
세상을 힘의 원리로 대응할 건덕지가 못 돼요.
더 이상 싸우지 마세요.
靈은 삶을 가볍게 해요.
날개 위에 삶이란 녀석을 얹히고 날 수도 있지요.
삶은 그림자
김 선 애
강렬한 햇살에
손을 뻗어 보니
벽에 드리워진
그 손이 담백하다.
화려한 그 무엇도
빛 속에서는
그림자일 뿐!
알록달록 색깔도 없고
깊고 얕은 주름조차도 없다.
그저 남은 건
무채색의 아웃라인만 잡혀 있을 뿐!
세상에 태어나 무엇을 했으며
무엇을 갖었으며
무슨 영광을 누렸는지는 그 속엔 없다.
다만, 크로키 상태로 존재할 뿐!
겸손함의 참 의미를
빛에 비쳐 본 손의 그림자가
똑똑히 말해 줄 뿐.
내 영혼을 훔치는 사람
김 선 애
입술을 슬쩍하는 건 조금 훔치는 것이고
가슴을 훔치는 건 많이 훔치는 것이고
하복부를 도둑질 하는 건 전부를 훔치는 것이고
거시기 음부를 강간하는 그 입술은
영혼까지 훔치고 싶은 사람인 겨.
알았는 겨?
음부를 갈구하는 남자는
자신의 모든 걸 바쳐 당장 죽을지언정
영혼까지 바쳐 한 여자의 모든 걸 탐닉하는 사람인 겨.
그런 용사가 아니면 절대로
자신의 여자를 소유할 자격이 없는 겨.
냄새나는 음부까지도 뜯어 먹고 싶어
배 고파 헐떡이는 늑대가 돼야하는 겨.
음부는 입술의 축소판인 겨.
단지, 보이지 않는 곳에 숨겨져 있다는 것 뿐이지.
보이는 것을 가질 줄 아는 남자는 겁쟁이고,
보이지 않는 것을 가질 용감한 사람은 전사인 겨.
전 강도예요
김 선 애
전 강도예요.
도둑질도 대빵 잘해요.
살인도 잘하죠.
범죄자입니당.
얼른 경찰서에 신고하세용.
이런 미친 여자 여기 있다고.
당신의 영혼도
제가 도둑질할 겁니다.
잘 관리하세요.
언제
어느 때
새치기할지 모르니깐요.
여기 예쁜 아가씨들 중
맘에 드는 분을 골라 봐요.
어떤 스타일을 원하세요?
돈 많고 골 빈 그녀?
돈 많고 늘씬한 여자?
지식이 하늘을 찌르지만 지혜가 '꽝'인 여인?
지혜가 많지만, 가난하고 못난 미친년?
떨이로 줄 게 어떤 여자를 선택하실 건가요.
남자왈
“제가 좀 욕심이 많아요.”
그 년은 걸레입니다
김 선 애
그 년의 몸은
너덜너덜한 걸레예요.
하늘은 그 년을 태초의 계획대로
쓰레기통에서 끄집어 올려
하이타이 듬뿍!
락스 진탕 퍼 부어 희고, 뽀앟게
영혼을 백옥같이 삶았어요.
그 곳에서 순결한 한 송이 빨간 장미 꽃이 피었지요.
하늘이 그 년의 심장에
깊고 넓은 텅 빈 마음의 방을 지어 놨어요.
세상에서 ‘바보’라고 손가락질 당하는 존재들은
그들 마음엔 평화의 강물이 넘실거려요.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 일도 무수히 당하지만요.
그 년처럼 바보들은 헤벌레하게 웃기만 해요.
세상 사람들의 우스갯 거리로
조롱거리로
비웃음 거리로
그들은 삿대질을 당해도
‘우로 가! 좌로 가!’
꼼짝없이 움직이는 로봇트처럼 움직여요.
하늘은 너덜너덜해진 것을
본드로 붙여 사용해요.
가장 큰 순수함은 피 터지는 수모를 당할수록
그 안에서 세상에 없는 향기가 솔솔솔 뿜어져 나와요.
그 향기는 우주를 감동시키죠.
그걸 거룩한 존재라 부르는 거예요.
알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