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람 소리에 맞춰
알람 소리에 맞춰
너는 깨어나고, 밥을 먹고, 또 잠에 붙을 테다
그 알람 소리에 맞춰
生과 작별한다면 삶은 아무런 의미 없는 걸까
생각해본다, 하찮은 먼지일 뿐인 내가,
우리는 모두 고유하고 영원한 우주라고
단언컨대 의미 없는 일 따위 없다고
바라는 대로, 바라보는 대로 이루어진다고
그러니 네가 오늘도 알람 소리에 맞춰 잠을 깨기를 바란다
공부를 하고, 친구들과 웃으며, 운동으로 땀을 흘리고,
강아지를 귀여워하며, 책을 읽고, 가끔 내 생각해주기를
바란다, 바라본다
서귀포 171021
계절처럼 바뀐 버스의 번호
어둠 내린 차창에 비친 나의 얼굴
찬찬히 들여다본다
튀어 나온 광대뼈와 경계의 눈빛
꼭 사람이 아닌 것만 같다
꼭 나는 아닌 것만 같다
서귀포 버스는 오늘도 달리고
나는 굴러가는 시간을 그곳에 태워
초라한 마음을 달래어 본다
세상엔 착한 사람이 없다고 하는데
꼭 너는 아닌 것만 같다
그리움의 밭
제주의 밤은 까마안 추억 덩어리다
응어리진 너들, 흩어진 나들을 모아
우리라는 과거의 단어를 만들 수 있을까
제주의 밤은 새까맣게 날 아려온다
탄 감자를 먹은 듯 마음이 상해버린다
밤이 되면 풀잎도 꽃잎도 까매지듯이
이곳은 나의 그리움의 밤이다
비수를 뿌려던진 그리움의 밭이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왔다
여기에 그런 사람은 없어요
점 같은 사람,
좀도둑질을 자랑삼아 말하던
칠흑을 닮은, 닮았던 사람.
밤이 바람처럼 불고,
조명이 파도처럼 흔들리우던,
겨울밤 로터리, 그를 다시 만났다.
나는 한해살이 식물이 되어,
어떠한 감정도 내게 찾아오지 않았다,
시신처럼 우두커니 그를 대하다,
졸업식처럼 헤어졌다.
‘너’가 될 수 없는 그와,
이제 여기
그런 사람은 없는 걸로, 정했다
의미를 가지지 않는 점을 지우기로
,,,했다
잠든 마음들
백설기 같은 눈에 파묻혀
갈피를 잃은 채 동면해있는
너와 나의 잠든 마음들
깨우지 못해 바라만 본다
나의 방엔 자꾸만 눈 나리는데
머플러를 씌워줄 너는 그림자마저 없다
잠들지 마라, 입술에 묻은
시려운 서리 탓에 차마 하지 못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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