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나비
김민지
한 겨울 춥디추운 날
노랑나비 한마리가 날아다닌 것을 본 적이 있다.
낯선 그 광경에 문득 멈춰선 나는
겨울 햇빛에 반짝거리는 나비가루들을 보았다.
노란듯 하얗게 일렁거리는 그것들은 이내,
나를 옭아매었다.
한 겨울 춥디추운 날
노랑나비 한마리가 날아다닐 수는 없는 것이다.
나는 같이가던 친구에게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친구는 얼핏,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파란 꿈
김민지
눈을 떴을 때 모든 것이 파랐다.
나의 몸도 푸른 빛
끝없어보이는 하늘도 푸른 빛
내가 밟고 있는 물도 푸른 빛
아
나는 물위에 서 있었다.
푸른 물결이 내 발에서 뛰놀았다.
감싸면서, 찰랑거렸다.
속삭이면서, 나를 이끌었다.
한참을 그 짙고옅은 차이가 구분하는 그 세계를 걸었다.
아
나는 언제부터인가
나는 어렴풋이
알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곳은 꿈 속
내 푸른 마음 속.
마른 우물
김민지
우물 속은 메말라있었다.
어렴풋이 보일듯한 그 끝에는
마른 어둠만 머물렀다.
할머니가 깜짝 놀라며 말리셨다.
마른 우물 가까이 가지 말라 하셨다.
나는 놀라서 고개만 끄덕였다.
꿈에 마른 우물이 나왔다.
나는 꿈 속에서도 우물 가까이 가지 않았다.
갑자기 우물에서 굉음이 났다.
흐느끼는 소리가 굉음을 이었다.
우물이 내게 다가오면서
내 눈물이 필요하다고 했다.
나는 눈물을 흘렸다.
후두둑 후두둑
어쩐지, 내 가슴이 공허해졌다.
꿈에서 깼다.
할머니가 울고 계셨다.
나는 악몽을 꿨을 뿐이라며 할머니를 안았다.
어쩐지, 눈물이 났다.
할머니의 품이 따스했다.
가을의 눈
김민지
낙엽위에 눈이 쌓였다.
울긋불긋 땅의 홍조를 드러내던 그 나뭇잎들이
새하얀 눈으로 덮였다.
참 깨끗해 보여서 나는
문득 손을 뻗어 두껍게 쌓인 눈을 건드려 보았다.
옴폭 파이는 모습에 놀랐다.
손에 닿자 눈은 너무 쉽게 녹아내렸다.
아슬아슬 덮여 있던 그 나뭇잎들이
새까만 나뭇가지 몇개와 함께 드러났다.
아, 손으로 건드리면 금방 녹아버리는구나, 했다.
눈은 계속 내렸다.
그리고 다시 눈이 쌓였다.
더 높아진 눈밭에 안심을 했다.
그럼 발로 밟으면 꾹꾹 눌러져서
나뭇잎들이 나뭇가지들이 눈 아래 묻혀버리나 했다.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뽀득뽀득 소리를 냈다.
아, 그건 아니었구나, 했다.
뒤를 돌아보니 나뭇가지들이 으스러져 삐져나와 있었다.
단풍들의 조각들이 눈밖에서 흐트러져 있었다.
어쩐지, 신발바닥에 눈이 조금씩 남았더라니.
밤하늘
김민지
새벽에 흐드러지는 하늘 꽃들은
아련하게 찰나에 사라지는데
밤에 수놓아진 금빛가루들과 단추는
오랜 장막을 장식하는 시간의 보석
금빛 별 하나씩 주어다 모아
새벽 하늘에도 좀 뿌려주려나
밤하늘 수 없는 금빛 파편들 한줌만 모아서
하늘 꽃 빛내는 데 도와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