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한국인] 제21차 창작 콘테스트 공모-시 부문 (2편)

by 여미네파랑새 posted Dec 23,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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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오세요.


여기는 어느 순간부터 이 자리에 있었던

나도 모르는 사이에 완성된,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한 층 한 층 쌓아 올린

나름 잘 지어진 집이에요.


여기에 나는 홀로 앉아

혹시라도 눈이 마주칠까 이불을 폭 덮어쓰고

저 멀리 창문 밖으로 보이는

그림자 하나를 쫓곤 했어요.


여기를 떠나 밖으로 나가볼까 생각도 했지만

차마 문을 열 용기는 나지 않아

아무도 모르는 이곳에 누워

눈을 감고 당신을 만나려 합니다.


여기서 잠드는 것이 지루하기만 했던 내가

꿈꾸는 걸 기대하게 만들어준 당신,

오직 당신만 이곳에,


들어오세요.



까만 별과 블랙홀


일단 넌 피부가 까매.

그런데도 그렇게 빛을 반사하듯이

반짝거리는 이유는

네 안에 아주 작고 귀여운 광원이 하나 들어있기 때문이야.


까만 행성이 아니라

까만 별이기 때문이야.


그 별에서 나온 빛은 곧

제일 짧은 길을 찾아

제일 짧은 시간 안에

사방으로 퍼져나가겠지


그 별에서 나온 빛이 곧

길을 막는 얼음 덩어리와 마주쳐도

한 번쯤 꺾어 주면서


그 별에서 나온 빛이 막

새로 생긴 먼지 덩어리에 부딪히면

방향을 틀어서라도,


그 때의 넌 내게 빛과 같았어.


그 때의 난 네 빛을 갖고싶어서

너를 노리고 만들어진 블랙홀이었는지도 몰라.


너의 우주에서 난 그저 죽은 별이었겠지만

나의 우주에서 넌 무척 밝은 별이었어.




예전에 티스토리 블로그에 써 두었던 글들이에요.

'짙은 밤색'이라는 색깔이 안 떠서...(제 컴퓨터에는 #951005 이런 식으로 뜨네요) 이 색이 맞나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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