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차 창작 콘테스트 공모 시 부문 - 괴로움 외 3편

by 구슬비 posted Dec 30,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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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로움


거기 누군가

저를 도와주세요

아파요. 너무 아파

저를 도와주세요

아아아


목 깊숙히 들끓어 끝까지 차오른

그것을 고른 치아 뒷 편에

감싸애매며 꾸욱 참는다


터져나오지 않게 애쓰다

힘이 빠진 육신을 틈 타

그것이 온전한 형상을 띄며

창 너머로 비추어 질 때, 나는


화들짝 놀라

주변을 돌아보고

무심히 돌아가는 세계에

작은 탄성을 지르며

소리 없이

그것을 죽여가며

멈췄던 한 발, 내딛는다





저는


저는 겁쟁이 입니다

한 때였던 폭풍을

폭풍에 망가진 집을

버리지 않고 간직하는


저는 겁쟁이 입니다

저에게 다가오는

날카로운 칼날들을

막지 못하고 베이는


저는 겁쟁이 입니다

미지의 무언가가

너무나 무서워 두려워

매일 눈물에 젖는


제가 겁쟁이인 것에

호소할 당신이 떠올라도

당신 이름 대신 이 말을 합니다

저는 겁쟁이 입니다





푸르른 숨을 쉬는 그대여


푸르른 숨을 쉬는 그대여

잘 지내고 있나요


그대의 푸르른 숨이

곳곳에 파아란 빛을

내는데 숨을 쉬는데


여린 마음이

어쩌면 감히

비슷하다 드는 마음이


그대 떠나 아프다 해요

그대 곁에 있고파 해요


푸르른 숨을 쉬는 그대여

그대여

검은 벽에 가려졌던 그대여

그대여

진정 당신의 색으로 물들였나요

그대여





암흑 속


제 몸보다 한껏 부풀어오른

커다란 짐보따리를

어깨에 동여맨 누군가가


초조한 얼굴로 낑낑대며

앞을 향해 나아간다


나아갈수록

짐보따리의 무게가

그를 난처하게 만든다


그의 어깨를 짓누르는

짐보따리 끈을 꽉 움켜쥐어

손톱이 살을 파고 들어도

고통을 참으려 깨문 입술이

터져 피가 맺혀 들어도


한걸음

한걸음 걷는다


얼만큼 걸었을까

손에 힘을 조금 풀고

입술에 힘을 조금 풀고

문득 뒤를 돌아보니


펼쳐진 암흑 속 점점히 따라온 그의 핏자국만


아 결국

광대한 어둠에 휩싸여

힘겹게 내딛던 발이 꺾이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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