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피었는지 들어주세요.
첫날부터였습니다.
왜 앞문으로 들어왔는지 묻지는 않겠지만
뒷문으로였어도 문득 고개 돌려서 봤을 것 같습니다.
꽃봉오리 햇살에 반응하듯 섭리였을 겁니다.
그렇게 표정 짓지 말아주세요.
눈을 뗄 수 없잖아요.
창가에 앉지 말아 주세요.
삐쭉 보다가 온 빛에 활짝 피어버린 그대에게
부신 눈을 감추지 못할 수 도 있어요.
라일락 꽃잎처럼 여러 송이 필 때까지
기다려 볼 참 이에요.
목련 같이 화려한 듯
떨어져 물러지지 않을 거예요.
내일도
앞문으로 와 주세요.
칠판 보는 듯 하며 앞을 보고 있을게요.
이런 미소 봐주세요.
사랑한다
계곡물 음률에 단풍나무 춤추고
버들치 합창하는 촉촉이 마른 산책길
함께 걷고 업고 걷고
그대 미소 또 한 번 보고.
이 낙엽은 색이 이쁘다,
이 낙엽은 색이 고르다며
멈춰 서고
같이 보고 마주 보고.
그만! 정지!
구름 타고 흘러가는 저 해를
멈출 수 도 있을 것 같은데.
그대를 업고 서 있고 싶다.
태평양 섬에서 드라이브
하파다이
잔잔하고 푸르러요
느껴봤음듯한 따스하니 바람
두둑하니 좋아요.
깨끗한 땀
타고 흘러내리는 투명한 얼굴
따끔거리건 햇살이군요.
살포시
얹어 놓기로 해요. 이 시간을.
우리 가슴에 똑같이
남았으면 해요.
일상과 일상속에 서다
노란 배추속찜에 야들야들 수육 올리고
마늘 한편 막장에 찍어 한손에 옴껴 소주 한잔 털어 넣는다.
아내는 또 잘 익은 배춧잎 가려 건네주고 거실 창엔 몽실 대는 풍경이 평범하다.
끊을 수 도 있을 담배.
밤바다 해변. 돌아가지 못한 조개
달빛에 반짝거리는 듯 아파트 창을 보며 한 움큼 뱉어 내는 맛이
낮의 그것과 같지 않으니 아직 놓지 못하는 것이리다.
내일은
붉은 잎 새로 피는 홍가시나무
잘 익은 흙에다 심어
열 번의 가을 볼 준비 해 보자.
1+1
경험은 생각을 제한하고
추억은 아픔을 왜곡한다.
사랑을 숫자로 표현하면
마침표 앞자리 숫자이고
종이에 스케치 하려하면
해질녘 그대의 그림자다.
오로지 그대만 기억하고
나머진 바람에 실어낸다.
xmusim@nate.com 010-3836-3665
이호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