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1회 창작 콘테스트 응모 <유독> 외 4편

by 타락한쾌락 posted Jan 04,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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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유독>

소년은 유독 힘들었고

외로웠고 괴로웠지만

소년은 유독 담담했고

견뎌냈고 웃어보였다

소년은 유독 자신의 고통보다

타인의 고통에 더 아파했다

소년에게는 그들의 고통을

함께했다는 소심한 도취감만이 남았다


소년은 유독 행복해졌다

즐겁고 기쁘다

소년은 유독 미소가 늘었다

그들과 함께라서 웃을 수 있다

소년은 유독 눈물이 났다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껴서일까

소년은 타인 뿐만 아니라

그들과 하나가 됬을 때

비로소 자신이 존재함을

유독 소년은 뼈저리게 느꼈다


2.  <방황>

또 같은 상처를 받는 것이

너무나 두려웠다

내 아픔을 내보이기 싫었다


너희를 탓하며 등을 돌리기에는

내가 너무 비겁해보였다

아니, 비겁한 행동이기에



내가 나약해서라고

내가 미련해서라고

애써 나를 깎아 내렸다


억눌려 쌓인 감정의 덩어리

떠넘기고 싶지 않았다

비겁했던 나의 짐이기에


애꿎은 나 스스로를 탓하고

방황하며 비겁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저 나의 상처들이기에


모두와 등돌리며 멀어지고 싶지 않았다

애써 태연하게 악역을 자처하였고

그렇게 나는 외톨이가 되었다


그렇게 나는 방황하였다

어느 누군가 때문이 아니라

비겁한 내 모습 때문에


3. <편견>

나의 이름은 외톨이

나는 이방인

모두가 색안경을 끼고

나를 비웃는다


다른 이와 같은 행동

다른 이와 같은 말

나에게는 허락되지 않은

금지된 행위


그들이 만든 편견이라는

우리 속에 갇혀

편견과 함께 살아가며

새로운 편견을 쌓는다


나는 하면 안된다

나는 할 수 없다며

내게 뽑히지 않는

비수를 박았다


나를 괄시하며

손가락질 한다

나는 이방인

나의 이름은 외톨이


4. <어긋난 고리>

경솔했었다

성급했었다

미안했었다


그저 걱정스러웠다

그저 우려스러웠다

그저 고통스러웠다


너의 표정에

너의 행동에

너의 침묵에


그러나 우리는

어긋나 버렸다

어디서부터인가


나는 차마 너에게

미안하다며

용서를 구하지 못했다


어긋나 버린

고리가 엉키며

이제는 도저히

풀 수 없음이라


5. <철 없는 소년>

가끔 가슴이 먹먹해

소리내어 울고 싶어도

소년은 그럴 수 없었다


가끔 후회가 떠올라

잊어보려 애를 써봐도

소년은 그럴 수 없었다


벗어나려 도망쳐도

도망쳤다는 사실에

두려움까지 덮쳐온다


외로움, 서러움

그 야속한 당혹감마저

소년을 죄여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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