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칭 미성년자 시점>
쌓아온 업보만큼
얻게될 미련처럼
그토록 갈망한 모든것들을
의심스런 눈초리로 쏘아붙여
새로 얻은 안식처는
불협화음으로 부풀어 올라
결국 도망칠 곳 없는
눈엣가시같은 널 누가 택할지
몇 안되는 환영들의 놀음에 미쳐
그저 취한채로 살아가는 젊음에 맡겨 온몸을
될 놈은 단지 태어난게 축복이라며
떠받드는 때 묻은 말들이 기승을 부려
주워 담을 수 없는 말들이 오가는 여기
이 곳은 그 때나 지금이나 제자리걸음
자기 밥그릇만 챙기려는 똑같은 마음
양날의 검처럼 반복되는 비극이 모여
물어뜯는 서로의 비난이 거리로 퍼져
<하품에 끌려온 심박>
심박이 느린 편이면
하품 몇 번에 질식할 수 있다
장난스런 멜로디가 슬프게 들릴 수도 있다
변명을 늘어놓다가
혓바닥이 쓰라려지면
이내 심박이 빨라질 수도 있다
달력을 넘기다
둥글지 못했던 나날에 괜한 화풀이를 하며
날카로워진 내일들이 우두커니 서있는 꼴에
심박이 싫증날 수도 있다
두뇌에 균열은 옅은 하품을 만든다
차곡히 쌓인 어리숙한 나는
얼토당토않던 꽃말이 싫었다
하나가 모두인 세계가 싫었다
모두가 하나인 세계를 바랐다
곧 넘길 달력이 없어질 수도 있다
그전에 심박이 멈춰버릴 수도 있다
수도 없이 하품을 얇게 터뜨려
으레 지켜왔던 묵념을 양옆에 앉히면
주름진 굴레가 내일이 될 수도 있다
<부득의>
매일매일이 사건인데 죄를 물을 인간은 없고
피해 입은 자들은 늘어가고
서로의 응어리를 무시하고
난 지치고 괴롭고 졸리고
준비되지 않을때마다 시련이랍시고 문을 두드리고
행복이 불행의 징조가 되고
드릴소리는 침잠되고
날씨는 식어가고
온갖 조소와 냉소를 섞은 섬짓한 웃음소리는
메아리 없이 귓속을 울리고
악몽의 주인공 되어 날 저 밖으로 내던지고
방바닥에 나뒹구는 잘린 손톱은
밝아온 날을 가린
고작 커텐 그늘에 숨죽여
날카로워지고
가뭄이 들었나
어째 내 몸이 한결 조용해졌네
<일기장은 고치는게 아니라고 배웠어>
맛에 접근한 시각
눈으로 인식한 게으른 지방이
혀에 끼칠 지대한 영향에
나는 연신 헛구역질을 해댔어
손가락으로 포장한 재능과 행운
굵직한 목소리에 하나,
풀잎을 핥는 물고기에게 하나,
세균으로 득실대는 공용화장실 비누에 하나
비록 율무차 한 잔에 비린내를 느끼는 나지만
종이 몇 장으로 만들어진 흉측한 엔진소리보단
미처 닿지 못한 경운기소리의 떨림이 더 아름답다고 생각해
도서관에 묶여있는 프로패셔널한 시집들
그것들 모두 정직함을 표방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해
어쩌면 늘어놓은 천착, 그 비스무리한 무게로
사람들의 눈구멍에 눌러 앉은건 아닐까
오늘 하루는 그다지 특별하지 않았어
그래서 더 특별했던 하루라고 생각해
<유랑단>
고통은 정직하다
하늘의 빛깔은 그들의 피부처럼 다채로웠다
창백한 하늘은 무엇과도 견줄 수 없을 만큼 눈이 시리도록 청명했다
영원히 타오를것만 같은 새빨간 하늘은 드넓은 평야를 남김없이 적셨다
모두가 잠들 때 고요히 일어나는 어두운 하늘은 짐승의 갈기를 연상케했다
우주의 빛깔은 그렇게 우리의 가능성의 양분이 되어주었다
살갗이 부어오른다
계약이 끝나갈 무렵의 자연은 체념한듯 우리를 비웃는다
마음 가득히 퍼지는 모멸감은 어찌할 새도없이 우리와 하나된다
여러개의 조명이 빛을 발할때 비로소 벌레들은 최후의 춤을 춘다
눈물은 사치였고 생각은 낭비였다
자연스레 굳어져만갔다
빠르게 흔들리는 별빛이 현실을 일깨워준다
아스라이 펼쳐진 중력의 손짓은 모순의 선택지를 건내주었다
피가 솟구친다
스스럼없이 받아들인다
우주의 불청객은 힘없이 업보의 고배를 들이마신다
사실 그들이 애타게 찾던 길은 한 발자국 뒤에 언제나 있었다
단지 그들은 그들과의 연대속에 맺어진 암묵적인 규칙에
스스로를 옥죄어오고 있던것 뿐이다
최후의 시작이 도래한다
피의 잔치가 시작된다
날개의 끝자락이 기울어진다
모든것이 처음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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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양승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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