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차 창작콘테스트 공모

by 소완 posted Jan 10,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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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밤)


그사람 머리칼이 가장 늦은 밤보다 까만 걸 

안 날에 난 다시는 낮을 보지 못한다 그에 

어울리는 여름 수국 찾아 겨울 돌산 헤매겠다

요령없는 손 대벌레처럼 멍들어 돌아가고

용서를 구하면 그사람이 찬찬히 어루만져

왜 푸른 꽃을 팔에 피워왔냐 물어보겠지 난

혀같은 손가락이 묻혀주는 찬란한 어둠만

눈물과 핥아넘기겠다 


(무적)


조망이 좋은 곳이 울음소리를 내기에

가장 좋다 이런 곳에 위치하기 마련인 

무적霧笛에는 슬픔을 끼워 넣기 좋은 

빈 해안선도 있다 안개와 사람이 정한 

침묵의 응결점, 녹슨 발성기관으로 울기 

시작한 셰틀랜드 제도 외딴섬의 무적

소리 혹은 어느 이의 통곡을 들은 적이

있다


그 굉음으로 우는 법을 배우고 싶어

옛 사담들을 다시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겨울 손 )


살아닿은 두 사람

겨울 빛이 시리지만,


두 손 모은

둥글고 따근한 화산

그 속이 행복하다


꽃잎같은 피부 

그 아래

드붉은 용암

계곡결 샅샅이 실뻗다가


서로의 

섬세한 맥이 좋아

두 손 지그시 

옴츠리면-


발그레한 압력,

사랑의 분화!



(더럽히는 법)


나의 작은 오염아
먼지처럼 입 맞춰 오수 흘려보내고 
염산 같은 눈물 찬찬히 떨궈달라

우린 연한 살을 숨기는 흰 조개처럼 
속으로 붙어버렸다 그 뒤집힌 늪의 상,
서로 묻히던 티끌들을 그리워하면서도 
자기 발자국만 골라밟는 순백으로 멀리
도망쳤다 그렇게 슬픈 시야만 하얗게 
하얗게 멀어갔다

이제 우린 더러운 입맞춤과 눈물을 
나누고 서로의 눈먼 순수를 욕보여야 한다
지저분한 검댕을 마구 내뱉자
불꽃같은 폭언을 뱉어 서로를 
새까만 어둠으로 탄화 시키자

서로를 새벽으로 더럽히고
별같은 진심을 확인하자
나의 작은 오염아


(예정된)
어머니는 동생이 예정임을 알았지만 
부은 허리는 
미처 성하지 못했습니다 

아버지는 할아버지가 예정임을 알았지만 
눈물 받을 손은  
미처 모으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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