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온날, 살아갈 날>
1995년 12월 21일 생
살아온 날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많은 사회 초년기
가족의, 주변의, 사회의
드리워진 시꺼먼 그림자
가족들이 말했다
앞으로 나아가라고
이 험한 세상을
어떻게 헤쳐갈거냐고
알지만 모른체 하였다
주변에서 말했다
주변도 보면서 가라고
이 험한 세상을
혼자 살아갈거냐고
알지만 모른체 하였다
험한 세상이 말했다
드리워진 뒤쪽의 그림자도 보고 가라고
이 험한 세상을
앞만 보고 반성없이 갈거냐고
알지만 모른체 하였다
그래서 내가 되물었다
그럼 저는 어디를 보며
나아가야 합니까라고
앞, 옆, 뒤 모두 봐야합니까
그러기엔 저는 아직 미생입니다
완생으로 향하는 길
앞으로의 살아갈 날
뒤로했던 과거의 업
무시하고 나아온 길
갇혀버린 나다운 나
이 모든 것들을 감싸쥐고
나아가기에는
동시에 모든 것들을
내려놓아야 갈 수 있다
그야말로 모순의 정점
나에게 물었다
너는 무엇을 감싸쥐었는지
너는 무엇을 내려놓았는지
너는 어디를 목표해왔는지
너는 어디로 나아가있는지
아무것도 답하지 못했다
아니, 답할 수 없었다
말만 번지르르했을 뿐이니까
나아간 길이 없으니까
제자리에 멈춰있으니까
투명한 물마저도
가만히 멈춰버린 채로는
고여버린 채로는 그저
조금씩 썩어갈 뿐이다
지금의 내 모습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