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1회 창작콘테스트 시 공모 - 꽃길 외 2 편

by ㄷㅇ posted Jan 23, 2018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꽃길

 

시월의 마지막 날

머나먼 여행을 떠난 이가 있다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캄캄한 이별에

꽃들이 그의 주위를 지킨다

 

남은 이들은 운명을 볼모삼아

자신을 위로하고

남겨진 이름 앞 한 글자가 낯설지만

무뎌짐이라는 과제를 해본다

 

그들 앞 뿌옇게

선하게 그려지는 그의 모습

열심히 초단위로 눈을 깜빡거려

애써 그를 지워본다

 

그 흔한 경고장 없이

그를 세상에서 퇴장시킨 신이 원망스럽다

신은 십일월을

그와 함께 보내고 싶었던 걸까

신은 과연 그를 가을하늘의

눈으로 만들고 싶었을까

 

 

낯선 이

 

한 배에서 태어났지만

꽃을 참 좋아하던 소년이

아스팔트 위 꽃 한 송이가 될 때까지

완전한 남이 되기까지

너무 달라져 버린 우리

 

어느 날 그는 낯선 이 라는 이름을 가지고

우리에게 손을 내민다

풍선으로 열기구를 만들어야하는

끔찍하고도 큰 용기를 알기에

우리는 손가락 하나를 살며시 잡아본다

 

그걸 본 그쪽 사람들은 질투인지 증오인지

그들의 차가운 총으로

냉랭함을 사정없이 쏘아댄다

살을 뚫는 아픔의 비를 거둬내고

떠오른 해

 

그가 이곳에 온 이유가 무엇일까

이 고통보다 더 한 아픔이 있었으리라

그가 상상한 이쪽은 무엇일까

감히 상상할 수 있으리

 

여러 말 대신 그의 머리맡에 올려둔

()’

 

 

 

三人成虎

                        -세 사람 이상이면 없던 호랑이도 만든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 것을 알기에

알아달라고 하지 않았다

이미 지쳐버렸기에

이것이 내 운명이라고

콩밥과 함께 가슴속 깊은 통곡을 씹어 삼킬 뿐

 

나를 악마의 유대위라고 부르던

빨갱이들

악한을 걸러내는 하늘의 그물이 무섭지도 않은지

진실을 군화의 밑창에 숨긴 채

야간보초를 서며 시뻘건 눈으로

시나리오를 써내려간다

 

빨간 아이들은 옆에서 풍기는

검은 냄새가 그리도 무서웠는지

어느새 나는 토끼를 잡아먹은 호랑이

시뻘건 그들이 만들어낸 동물이기에

나약한 호랑이는 쇠 냄새 가득한

차가운 우리 속에 갇혀있다


Articles

36 37 38 39 40 41 42 43 44 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