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눈도 구름 위에서 쉬고 싶지 않을까
달은 부엉이가 우는 밤에 피곤하지 않을까
아무도 빗속에서 우는 개구리의 슬픔을 몰라주고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빗물의 두려움을 모른다
나는 행복한 널 비추는 거울
누가 내 바다의 깊음을 알아주고 내 뒷모습을 바라봐줄까
오늘도 쉬어갈 수도 없는 저 먼 곳의 별처럼 몸을 일으켜 또 다시 하루를 빙글빙글
우산
바람이 어디서 불어오는지 알지 못하고
햇살이 어디를 비추는지 알지 못할 때에
배는 출발한다
어디로 흐를지 모르는 비는
막연히 쏟아지기만을 반복하고
길 잃은 사슴을 사람들은
신기하듯이 구경한다.
만남 뒤에 이별이 있다는 것을
누군가 말해주었더라면
남몰래
우산이라도 준비해갈걸.
눈물
잔잔한 물에 돌 하나 던지면
그 물결은 땅 끝에
그 고요한 것도 내게
그렇게 들려온다
아무것도 해줄 수 없어서
도무지 헤아릴 수 없어서
두 손에 든 꽃을 내려두고
가만히 옆에 앉는다
기쁠 때에 함께 웃어줄 수 없고
힘들 때에도 등을 토닥여줄 순 없지만
슬픔이 강을 이룰 때는
향기 가득 실은 배를 타고 갈테니
그 때는 그 빛나는 별로
너 자신을 비추어 주기를
숨바꼭질
캄캄한 옷장 속에 숨어 웅크린다
창살 문 사이로
비추는 빛은 별을 꿈꾸게 했고
온기는 두려움을 잊게 해주었다
캄캄한 침대 밑에 숨어 웅크린다
아빠의 큰 그림자는
어둠 속에도 그늘을 만들어주었고
날 부르는 목소리는
내가 길을 잃지 않게 해주었다
별빛도 내 그림자를 비추고
눈물마저도 고운 빛을 머금은 오늘 밤엔
날아가는 나비들도 도망가는 고양이도
내 곁에 앉아있지 않을까
들판에 꽃이 피어나지 않아도
난 걸어갈 거야
난 노새니까
가시에 찔려 피가 나고
하늘을 찌르는 높은 산을 올라야해도
난 넘어지지 않을거야
난 노새니까
하지만
가끔 날이 선 빗방울과
강한 햇볕이 날 괴롭힐 때
난 아플거야
난 노새니까
날 외면하는 차가운 시선이
내 마음에 불쑥 찾아올 때
난 무서울거야
난 노새니까
그리고 그 때는
눈을 감고 날 이끄는 바람에 실려갈거야
양볼에는 감사하는 말도 담아볼거야
몸을 힘껏 던져 풀밭에도 묻혀볼거야
그리고는 외칠거야
내가 누구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