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1회 창작콘테스트(시)-달빛 외 4편

by 뿡뿡이 posted Jan 25,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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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눈도 구름 위에서 쉬고 싶지 않을까 
달은 부엉이가 우는 밤에 피곤하지 않을까 

아무도 빗속에서 우는 개구리의 슬픔을 몰라주고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빗물의 두려움을 모른다 

나는 행복한 널 비추는 거울 
누가 내 바다의 깊음을 알아주고 내 뒷모습을 바라봐줄까 

오늘도 쉬어갈 수도 없는 저 먼 곳의 별처럼 몸을 일으켜 또 다시 하루를 빙글빙글




우산



바람이 어디서 불어오는지 알지 못하고
햇살이 어디를 비추는지 알지 못할 때에
배는 출발한다


어디로 흐를지 모르는 비는
막연히 쏟아지기만을 반복하고
길 잃은 사슴을 사람들은
신기하듯이 구경한다.


만남 뒤에 이별이 있다는 것을
누군가 말해주었더라면

남몰래
우산이라도 준비해갈걸.





눈물




잔잔한 물에 돌 하나 던지면 
그 물결은 땅 끝에 

그 고요한 것도 내게 
그렇게 들려온다 

아무것도 해줄 수 없어서 
도무지 헤아릴 수 없어서 

두 손에 든 꽃을 내려두고 
가만히 옆에 앉는다 

기쁠 때에 함께 웃어줄 수 없고
힘들 때에도 등을 토닥여줄 순 없지만

슬픔이 강을 이룰 때는 
향기 가득 실은 배를 타고 갈테니 

그 때는 그 빛나는 별로 
너 자신을 비추어 주기를




숨바꼭질




캄캄한 옷장 속에 숨어 웅크린다

창살 문 사이로 
비추는 빛은 별을 꿈꾸게 했고
온기는 두려움을 잊게 해주었다

캄캄한 침대 밑에 숨어 웅크린다

아빠의 큰 그림자는 

어둠 속에도 그늘을 만들어주었고

날 부르는 목소리는 

내가 길을 잃지 않게 해주었다


별빛도 내 그림자를 비추고
눈물마저도 고운 빛을 머금은 오늘 밤엔


날아가는 나비들도 도망가는 고양이도
내 곁에 앉아있지 않을까





노새



어두운 겨울밤을 홀로 걷고 
들판에 꽃이 피어나지 않아도 
난 걸어갈 거야 
난 노새니까 

가시에 찔려 피가 나고 
하늘을 찌르는 높은 산을 올라야해도 
난 넘어지지 않을거야 
난 노새니까 

하지만 

가끔 날이 선 빗방울과 
강한 햇볕이 날 괴롭힐 때 
난 아플거야 
난 노새니까 

날 외면하는 차가운 시선이 
내 마음에 불쑥 찾아올 때 
난  무서울거야 
난 노새니까 

그리고 그 때는 
눈을 감고 날 이끄는 바람에 실려갈거야 
양볼에는 감사하는 말도 담아볼거야 
몸을 힘껏 던져 풀밭에도 묻혀볼거야 
그리고는 외칠거야 
내가 누구인지




이강민 growbook@naver.com 연락처 : 01056318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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