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1회 창작콘테스트 시 공모 - 갈림길 외 4 편

by 김문희 posted Jan 29,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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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림길


귀가 얇은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것은 선택

양 갈래 길에 놓인 채

우유부단함의 극치를 보인다

 

번복을 더욱 부추기는 것은

거절할 줄 모르는 미안한 마음

타인의 자기장에서 벗어나면

그제야 나만의 의사가 보인다

 

내가 내리는 최후의 결정은

선택 자체를 하지 않는

갈림길도 길인데

과연 언제까지 선택을 미룰 수 있을까


복권

  

아버지가 암으로 돌아가신 후

복권을 사기 시작하신 어머니

 

사글세 집 벽에 곰팡이가 끼고

혹한에도 방 한 칸만 보일러를 켜야 하니

어머니의 첫째 소망은

아늑한 아파트로 이사 가는 것

 

아버지의 산재 유족연금 신청이

암 때문에 어렵다는 것을 알고

더욱 간절해진 복권 당첨에의 기대

 

한평생 복권을 사본 적이 없던 나도

덩달아 토요일마다 마음을 졸인다

확률 상 매우 어려운 일임을 나는 알지만

어머니의 큰 기대가 한 주를 설레게 한다


일 머리


내가 경멸하는 헛똑똑

아는 것이 실제와 연결되지 않는 것

공부는 잘 하는데 다른 것엔 젬병인 것

 

나는 소위 좋은 학벌을 지녔지만

일을 잘 하고 싶어서 선택한 아르바이트

하루가 멀다 하고 혼이 났지만

반복하다보니 터득한 일 머리로

머리보다 몸이 먼저 반응하게 되었다

 

아르바이트는 두 달로 끝이 났지만

체험을 통한 배움에서 머리로 전달되는

거꾸로 방향의 습득도 매우 효율적임을 깨달았다

아니 평면적인 학습보다 훨씬 더 중요함을 느꼈다


경험


어렸을 때 도로변에 세워진 보호대 위를 걷다가

높이가 5m 가량 되는 옆 길로 떨어진 적이 있다

짧은 순간 자유낙하를 느꼈지만

그것을 배워서 알게 된 건 한참 뒤였다

 

8살 때 알 수 없는 이유로 눈 뜬 장님이 되었다

6개월 가량 입원하며 부모님 속을 썩였지만

그후 나는 장애인의 입장을 더욱 헤아리게 되었다

신체 기능의 일부를 잃는다는게 어떤 심정인지를 말이다

 

18살 때 지루성 피부염 때문에 삭발을 해야했다

모자가 주는 열기와 약 부작용으로 수업시간에 졸기 일쑤였는데

주변의 기대와 내가 처한 악재 속에서 나는 균형을 잃지 않았다

하고자 하는 열의 앞에 그 어떤 것도 장애가 될 수 없음을 느꼈다

 

그 후로도 다양한 경험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

경험으로부터 교훈을 얻을 수 있는 능력에 감사한다

독수리가 자식을 키울 때 절벽 아래로 떨어뜨리듯이

내게 시련과 고통을 주는 경험조차도 나를 위한 것임을 느낀다


비교불능


저마다 자신의 선택의 결과를 살아간다

거기엔 합리적이건 비합리적이건 필연적인 이유가 있고

저마다의 삶에는 현저한 차이가 발생하게 되지만

그 차이는 절대적인 비교의 잣대로 견주어 질 수 없다

 

나는 쉽지 않은, 좁은 길을 가겠노라 맹세했고

그 결과 다소 학벌에 맞지 않은 삶을 살고 있지만

공식에서 벗어난, 잘 알려지지 않은 삶을 살기에

나는 타인에게 해줄 많은 이야기를 갖게 되었다

 

지금부터 마음껏 풀어나가도 모자랄 다양한 이야깃거리에

남과 다른 길을 걸어온 것에 감사하게 된다

어떠한 루트로 지금에 이르게 되었는지

보여주지 않으면 아무도 알 수 없기에 나는 펜을 들게 되었다


성명 : 김문희

이메일주소 : anne0179@gmail.com

HP 연락처 : 010-3351-0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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