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에 고치
우리는 한마리에
작디 작은 누에고치들.
지금은 비록
고치안에서 힘들지라도
이 고난을 뚫고 나가면
아름다운 나비가 될 것이다.
조금만 더
힘을내자.
물
우리들은 자라서
물이 되자.
생명을 쓰러뜨리는 불 말고
생명을 성장시키는 그런 물이 되자.
불이 많은 이 세상 속에서
불에 꺼지지 않고 불을 끄는 물이 되자.
수능 날
12년간 죽기살기로
공부해 온 것들을 마침표 찍는
대망의 수능 날.
있는 힘껏, 젖먹던 힘까지
열정을 쏟아내는
전국의 수 많은 학생들.
수능이 끝나면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좌절과 기쁨의 탄식들.
어린 꽃들이 피지도 못하고
스스로 져버리게 만드는
대망의 수능 날.
만원버스
노오란 콩나물 들이
설 틈 없이
콩나물 자루에 들어있다.
설 틈이 없는데고 불구하고
무식한 아저씨는
자루에 콩나물을 더 쑤셔 넣는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콩나물들의
애처로운 비명소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오란 콩나물들이
여전이 설 틈 없이
콩나물 자루에 들어있다.
순이
시골에서 올라 온
순이는
모든것이 낯설고 두렵기만 하다.
앞 뒤에서 빵빵 거리는 괴물들은
움츠러든 그녀를
잡아 먹기에 충분했고,
하늘 높이 솟은 막대들은
그녀를 헤어나올 수 없는
미로 속으로 가둬버렸다.
빠르게 사는 도시 속
시골에서 올라 온 순이가
설 곳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