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의 시간 그 속에서
나는 떠났다
흐릿해진 기억을 애써 붙잡으며
익숙한 바람이 차갑게 불어오는
온통 낯선 곳으로
너의 곁을 떠났다
너를 비추던 마음은
너의 곁에 남겨둔 채
나는 말없이 너를 떠나왔다
아마도 하늘은 시리도록 푸르고
햇빛은 창문을 부실 듯 반짝이며
짝을 찾은 나비가 살랑거릴 때
나는 울음을 터트릴 것이다
끝없이 찬란한 그 날
그저 홀로 슬퍼질 테니
<어디론가>
어째서인지 어둑한 새벽
깊은 하늘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마음을 식히지 못한 채
그저 걷고 걸었다
가끔 올려다본 하늘에
앙상한 나무가 흔들렸다
하늘에 생채기를 잔뜩 내었다
까만 산이 하늘을 덥석 물어
꿀꺽 삼키고 있었다
나는 안타까워 글썽였다
그 때문이 아닐지라도
나는 하늘을 보며 글썽였다
눈물이 눌어붙은 눈가는 붉어져
너를 닮아 슬픔이 아렸다
<새벽>
쓸쓸한 마음이 흘린 구름
묵묵히 떠다니는 너의 하늘
태양 빛도 달빛도 없는 애매한 시간
아직 어린 별들이 흐릿한 계절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는 나
내 안의 소음들
알 수 없는 자신을 미워하던 진심
잿빛에 물들어 탁해져만 가는
부서져 내리는 기억
모두의 색이 바래가고 있었네
<회색>
혹시 보았을까
나 홀로 엮은 어둠 아래
머무른 바람을 말이야
찬란한 별들을 피해서
얼굴을 묻은 슬픔을 말이야
새벽 품을 파고든 추위는
잠에 들지 못하는데
저 깜깜한 틈으로 빛이 밝아온다
내 마음 작은 틈새에
어두운 곳에 차리를 잡아
제법 자란 나의 그림자를 껴안고
나의 품에 머무르렴
나는 어쩌면 시린 계절이니까
<틈>
아마 너는 모르고 있겠지
그래서 그때 건네주었던
조심스러워 떨리는 너의 마음을
하루하루 보듬어 간직하고 있다고
언젠가 슬픈 밤이 내리면
잠시 꺼내어 가만히 안아보았다고
너는 이미 잊어서
그저 지나간 어느 날이겠지만
그 날에 기대어 따스했다고
그러니 아직 너는 모르는 네가
너에게 부디 전해지기를
<손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