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1차 창작콘테스트 공모 <어디론가 외 4편>

by 으나수 posted Feb 01,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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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나의 시간 그 속에서

나는 떠났다

흐릿해진 기억을 애써 붙잡으며

익숙한 바람이 차갑게 불어오는

온통 낯선 곳으로

너의 곁을 떠났다

너를 비추던 마음은

너의 곁에 남겨둔 채

나는 말없이 너를 떠나왔다

아마도 하늘은 시리도록 푸르고

햇빛은 창문을 부실 듯 반짝이며

짝을 찾은 나비가 살랑거릴 때

나는 울음을 터트릴 것이다

끝없이 찬란한 그 날

그저 홀로 슬퍼질 테니


<어디론가>







어째서인지 어둑한 새벽

깊은 하늘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마음을 식히지 못한 채

그저 걷고 걸었다

가끔 올려다본 하늘에

앙상한 나무가 흔들렸다

하늘에 생채기를 잔뜩 내었다

까만 산이 하늘을 덥석 물어

꿀꺽 삼키고 있었다

나는 안타까워 글썽였다

그 때문이 아닐지라도

나는 하늘을 보며 글썽였다

눈물이 눌어붙은 눈가는 붉어져

너를 닮아 슬픔이 아렸다


<새벽>







쓸쓸한 마음이 흘린 구름

묵묵히 떠다니는 너의 하늘

태양 빛도 달빛도 없는 애매한 시간

아직 어린 별들이 흐릿한 계절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는 나

내 안의 소음들

알 수 없는 자신을 미워하던 진심

잿빛에 물들어 탁해져만 가는

부서져 내리는 기억

모두의 색이 바래가고 있었네


<회색>








혹시 보았을까

나 홀로 엮은 어둠 아래

머무른 바람을 말이야

찬란한 별들을 피해서

얼굴을 묻은 슬픔을 말이야

새벽 품을 파고든 추위는

잠에 들지 못하는데

저 깜깜한 틈으로 빛이 밝아온다

내 마음 작은 틈새에

어두운 곳에 차리를 잡아

제법 자란 나의 그림자를 껴안고

나의 품에 머무르렴

나는 어쩌면 시린 계절이니까


<틈>







아마 너는 모르고 있겠지

그래서 그때 건네주었던

조심스러워 떨리는 너의 마음을

하루하루 보듬어 간직하고 있다고

언젠가 슬픈 밤이 내리면

잠시 꺼내어 가만히 안아보았다고

너는 이미 잊어서

그저 지나간 어느 날이겠지만

그 날에 기대어 따스했다고

그러니 아직 너는 모르는 네가

너에게 부디 전해지기를


<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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