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그 씁쓸함을 위하여
지루했던 일상에
한줄기 빛을 얻을
그 친구들을 위하여
움츠러드는 발끝을 외면하다
이제금 눈 길 주는
그 이웃들을 위하여
인적이 드물던 자리에
하나 둘 플래시를 터뜨릴
그 기자들을 위하여
무표정한 얼굴로 바라보다
다시금 표정을 되찾았을
그 사람들을 위하여
잊혀져버린 이름들이
온갖 치장으로 다시 태어날
이 세상을 위하여
삶과 죽음
양지와 음지
중심과 가장자리,
그 경계에 서 있는
이 세상 모든 만물들을 위하여
오늘도 모여 축배를 들고
수평선, 저 위로 힘찬 발걸음을 내딛자
모든 두려움은 쏘아 올리고
살아생전 모았던 외로움만을 흘리자
모든 미련들은 벗어 버리고
살아생전 느꼈던 처절함만을 날리자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그 겨울, 아련했던 네 향기에도
열렬히 부르고 불리던 네 이름에도
나지막이 속삭이던 그 입술에도
이제 막 뜨이는 눈망울에도
밤하늘과 맞닿은 그 마을에도
한 겨울, 쓸쓸히 굳어간 손끝에도
아버지, 그 뒤로 따르는 고독함에도
서울역, 어머니를 그리는 이들에게도
짙은 고뇌 속에 잠이 들 청년에게도
한 때는 진정한 사랑을 꿈꿨을 여인에게도
이 세상 가장자리, 그 자리에도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오늘도 쉽게 써진
시, 그 위로
하늘과 바람과 별과
그리고
시
생(生)의 가지
생의 가지는 흘러
어머니에게로 가
눈물이 되었다
생의 가지는 흘러
친구에게로 가
빛이 되었고
생의 가지는 흘러
한 사람에게로 가
기억 속 추억이 되었다
다시금 생의 가지는 흘러
여린 달에게로 가
벗이 되었고
그 벗은
나에게로 와
손길이 되었다
그 손길은
다른 사람을 향한
꽃내음으로 피어났고
또다시 생의 가지는
흐르고 흐른다
지금, 너의 생의 가지는
누구에게로 흐르고
무엇으로 피어나는가
지금, 이 순간
- 이제 막 봉오리를 터뜨리는 저 꽃망울처럼
세상 모든 것이 빛으로 다가오고 엄마의 가슴에 파묻혀 존재를 구축하던 유년 시절
'교복'이라는 것에 들떠보고 진정한 친구의 개념을 막 형성하기 시작할 즈음,
함께하는 일탈이 우리 사이를 더욱 돈독하게 해주던 아름답던 그 시절
만남과 헤어짐, 그 뒤에 오는 쓸쓸함과 그 속의 아픔을 느끼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법도 배우며 성숙해지던 그 시절
인간 내면의 추악함과 세상의 양지와는 다른 음지가 있음을 서서히 깨닫고
중심에서 벗어난 가장자리에 머무르며 처연함을 지켜갈 때
무엇을 바라, 엄마의 눈빛은 그토록 처절했는지 애써 외면했다
그렇게 구석구석 흩뿌려진 생의 의미를 부정하기 시작할 즈음
머물러준 그 인연 속의 깊은 애틋함에
비통하면서도 그 위대함을 부정할 수 없어 끝없이 흐르던 눈물을 마주한 후
깊숙한 곳에서 울려 퍼지는 애타는 울부짖음과 헐벗은 저 나무를 바라보며
새로이 존재를 구축하기 위해 다시금 우뚝 선 지금, 이 순간.
마음의 시
엄마,
나 시인 될까
장난 반, 진담 반
던진 그 말에
홱, 고개를 돌려
쏘아보던
그 눈빛
사실
엄마의 마음속에도
시가 있으면서
살아온 삶에서도
시를 품었으면서
말이다
혼자
방에 들어와
장롱 깊숙한 곳,
엄마가 학창시절
직접 엮었을
시문집을 꺼내본다
엄마로서
아내로서
살아온 삶에
또 살아갈 삶이 있기에
묻을 수밖에 없었던
마음속의 한 소녀
나는 오늘,
그 소녀를 대신하여
마음속의 시를
한껏
담는다
박선미
010.6377.39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