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1차 창작 콘테스트 시 공모 <너는 외 4편>

by hongwc posted Feb 02,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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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해가 지는 것보다 달이 떠오르는 게 더 좋다.

눈이 내리는 것보다 눈이 오는 것이 더 좋다.

 

세상이 아무리 짙게 물들어도

너는 달처럼 나에게 떠올랐으면 좋겠다

 

지저분한 눈이 온 세상에 내린다해도

너의 눈은 나에게 그저 와줬으면 좋겠다

 

 

 

꽃이 지고나서야

 

고요한 정적을 원했을 만큼

내 옆에서 떠들었던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가버린걸까

 

옛날의 낙엽들을 모아 태웠던 그리움의 향기가

이토록 피의 냄새로 진동하는 것은

어느 광대가 펼치는 적막의 무대인가

 

바람이 통하지도 않는 창문을

나는 깨부실 용기를 왜 가지지 못했나

 

폭풍같은 더위가

모든 꽃들을 다 말라비틀지라도

아직 남아있는 꽃내음에 이전 그리움의 향기를

다시 맡아볼 수 없을까

 

혹시 어쩌면

지금 진동하는 이 더러운 냄새들을

바꿔줄 꽃이 다시 필 수 있을까

 

나는 왜 꽃이 지고나서야

꽃을 찾으려고 애쓰고 있나

 

나는 왜 꽃이 지고나서야

봄이 지났다고 눈물을 흘리고 있나

 

 

영원한 밤

 

욕망이 쌓여온 바닥은 평화를 위장해

나약한 먹이를 기다리는 평평한 거미줄

 

이번 사건의 결말은 자욱하게 숨어만 살던

천박한 위선자의 거짓말

 

지렁이와 떡밥에 속아 어부의 그늘에 걸린 하나의 물고기처럼

우리는 무엇을 향해 이토록 갈망하며 달려가는가

 

이미 우리 몸에 도금된 이 썩아빠진 본능을 다시 깎아낼 수 있을까

하며 나는 마지막 밤을 맞이한다

 

허나 이 시도 어쩌면 나의 위선이 아닌가

그럼 이 밤을 영원히 다시 만나지 않는가

 



가방

 

유년의 시절 그 가방 속엔 무엇이 들었던가

낡아빠진 책, 꾸겨진 종이, 잘려버린 지우개

뭐하나 선명하게 기억나지 않는 그 시절 이야기

나는 황홀했던 그 시절을 떠올려본다

 

얄팍한 이성도 잡지 못한 망나니의 삶

엄마의 땀방울로 채워버린 세련된 등받이

그리고 그곳에 넣었던 화려한 책들과 필기구

 

 

 

그러나 진정 가방에 들었던 것은

낡아빠진 책도 화려한 책도 아닌

이제는 볼 수 없는 엄마의 미소

 

 

네 생각

 

밤이 무서웠다

할머니가 얘기해준 귀신이 나올까봐

선생님이 말씀해준 도깨비가 나올까봐

이불을 뒤집은 채 어른이 되길 빌었다

 

여전히 밤은 무섭다

근데 귀신이 아니라

날 잡아갈 도깨비가 아니라

정말 좋아했던 너때문에

이 밤이 무섭다면

난 이불을 뒤집은 채 뭘 빌어야하나..

 

귀신때문에

도깨비때문에

밤이 무서웠으면 좋겠다

그러면 너를 생각하면서

행복하게 잠들 수 있을텐데

 

 

성명: 조홍제

이메일: honghongwc@naver.com

연락처:010-841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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