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생각지 못 했지 생각지 않았지
내가 가는 오르막 겨울은 이런 곳인가
오르는 길 이리 짧지도
내리는 길 이리 가벼운 곳도 아닌
달동네 계단 지나 조그맣게 보이는 곳은
그리워 아리는 곳, 쓰러져 잠들고 싶은 곳
고르지 않은 숨, 벅찬 가슴 때문일까
흥얼거리던 이어폰 속 노래는 안중 없다.
누리끼리 하얀 덩어리 우뚝 서있는 그것은
이토록 그리웠을까 생각할 정도로 평범한 곳
401호 우리 집
들 고양이 환영은 앙칼진 시선뿐인데
그마저도 반가운지 혼자서 히죽거리며
들어선 그곳은 오렌지빛 햇살이 비치는 곳
익숙한 얼굴 반겨주는 회색빛 미소
듬성듬성 보이는 잿 빛은 언제 불어났는지
일천년 세월도 아니 것만
묻어난 그을음 물먹은 세월 젖어있어
얼룩진 얼굴 닦아줄 이 나뿐이었나
한 겨울 어스름 같아도 긴긴밤 아니길 빌며
기쁘기도 슬프기도 한 가슴 꾹꾹 눌러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