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지않는옷
윤소연
옷자락에 눈물을 가득 묻히고
엄마라는 기둥에 숨어 울다 지쳐 잠들던
그 시절 내가 입던 옷에
이제는 내 팔 한쪽 밖에 들어가지 못하는걸알고
그만큼 세상이 날 향해 불어오는
그 추위에 더 강해질수밖에 없었던것을
그렇게 맞지 않는 옷을 입으려 애쓴다는걸 알아도
그만큼 욕심을 내보고 싶어도
나는 벌거숭이 , 덧없는 벌거숭이일 뿐이라는것을
고이 접어 내 마음 한켠에 잘 쌓아두곤
지금의 내 옷을 걸쳐입고 세상밖으로 나갔다
당신에게 주는 선물
윤소연
봄에는 내가 와요
새 삶을 시작하는 새들의 울음소리와 함께
향긋한 꽃향기를 풍기며 당신에게 올게요.
여름에는 내가 있어요.
바다 물결 아지랑이 일렁이는 시원함과 함께
풀내음 가득한 신선함을 품에안고 당신과 있을게요
가을에는 내가 준비해요.
색색 예쁘게 물들어 흘러 내려오는 단풍잎과 함께
선선한 가을 바람을 등지고 당신과의 이별을 준비할게요
겨울에는 내가 떠나요
솜털처럼 사뿐히 내려앉는 저 눈송이와 함께
따뜻한 내 품의 난로 당신의 손에 쥐여주고 당신을 떠날게요.
시간이 참 많이도 흘렀어요.
막연히 기다리지도 막연히 찾아오지도 마세요.
나는 당신에게 흘러가고 있어요.
당신이 나보면 활짝 웃음 꽃 피어 보일수있게
당신과 함께 지낸 1년 하루하루를 쌓아올려
성숙함이란 옷을 입고 당신을 마주 할게요.
어른이 된다는것
윤소연
내 방 한켠에 위치한 작은 의자
내 흔적들이 하나 둘 흘러간 그곳
손으로 쓱쓱 털어봐도 때묻지않은 순수함이여
내 마음 한켠에 위치한 작은 의자
내 시간들이 설명해준 그 위에
가슴을 툭툭 쳐봐도 돌아오지않는 추억이여
생각속에 잠겨 잠이들어 갈때 즈음
그 의자에 기대 앉아 나를 바라보면
멀찍이 바라보던 나만 있을 뿐이었네
용기
윤소연
이미 바닥에 잔뜩 퍼져있는 모래들을
나는 필사적으로 담으려 애썼다
그 조그마한 두손으로 두팔벌려 끌어안았다
애석하게도 , 담지 못했다
이미 밤하늘에 수없이 새겨진 별들을
나는 필사적으로 빼내기에 바빴다
짧은 팔로 끝까지 닿아보려 뻗어보았다
애석하게도 , 닿지 못했다
작은 빛이 모여 따뜻한 온기가 된다는것을
너무 어렸을적에 알고나니
그 조그마한 손으로 , 그 짧은 팔로
세상을 알수있을거라 생각했다
땅은 비웃고 하늘은 매정했지
모두가 나를 막연하다 생각할때
오기보다 더 컸던 용기로
나는 , 아직 어렸나보다
바닷가를 바라보며
윤소연
고요속에 잠이 든 겨울속의 바닷가는
어느 나그네의 등을 쓸쓸하게 쓸어내리네
빛나는 햇볕아래 반짝이던 바닷가는
어느 소녀의 마음에 작은 불을 지폈네
나는 오늘도 이 바다를 보며 그 바닷속 비친
나를 바라보았네
오늘도 당신은 지나가는 겨울의 끝자락에
바다를 바라보며 무엇을 마주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