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유인력
나에게 너라는 만유인력은 너무나도 컸다.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자꾸만 끌려갔고
마음의 질량은 점점 무거워져만 갔다.
언제나 꿈적도 않는 네 곁에서
항상 원운동만 하는 나,
마치 그것이 일상인 듯
내가 해야하는 일과인 듯
불가항력적인 너의 중력에 이끌려
언제나 그 자리에서만 맴돌 뿐
내가 원하는 선택은 딱 두 가지
너와 부딪혀 하나가 되거나
너의 탈출속도를 벗어나거나
희망없는, 기약없는 공전에서
너와의 거리에 따라 갈팡질팡하는
내 마음의 속력에서
이제는 벗어나고 싶다
끝없는 우주공간에서
그 누구에게도 잡히지 않고
등속직선운동을 하고싶다
하지만
나에게는 너라는 만유인력이 너무나도 컸다
바람
어디선가 불어오는 무언가
그대의 옷깃을 스치고 간다면
나 그대의 바람이다
축축한 공기를 이끌고
유난히도 어두운 하늘 아래에서
그대의 머리를 쓸어준다면
나 그대의 바람이다
누군가의 마음을 실은 이 공기가
나로인해 그대에게 닿기를
눈빛 하나 숨결 하나가
그대에게 흡수되기를
짠 바닷공기에 절여진 바람냄새에
그대가 삼투압으로 인해
흡수되어주기를
유난히도 바람 부는 날
어두운 밤하늘아래
버드나무가지마저
속삭이는 그 날에
문득 낯선이의 향수냄새에
그대가 멈춰 뒤돌아본다면
깨달아주기를
그것이 바람이었기에
그대가 사랑이었노라고
개기일식
삼켜간다
모든 것을 비추던
강렬히 자신의 존재를 알리던
우리의 모든 것이던 그 해를
400배의 크기를 이겨
마침내 꿀떡 삼켜버린다.
호숫가에 퍼뜨리던 나의 빛은
너의 햇빛이었고
날마다 날 잡아먹고
뱉어내는 일은
너의 소행이었지
나 여기있노라하며
그 조그마한 질량으로도
떵떵거리는 게
정말 한심하고
유치하기 짝이없지만
너무 크고
너무 빛나고
너무 아름다워서
쳐다보지도 못했던 너를
99년이 지나
찰나의 2분 동안이라도
품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더라
파도
차갑게 울렁거리는 내 심연의 파도
끝없는 파도가 내 마음이거늘,아아
쓸려가는 파도에 내마음 담아보내면
밀려오는 파도에 임의마음 담겨올까하나
매섭게 불어오는 바람의 생채기뿐,아아
삼천포 바위위에 우뚝 서
파도향해 임의이름 목청껏 소리쳐보지만
파도끝만 하얗게 바스라질뿐,아아
꼬이고 얽히고 설켜버린 생각을
바닷물에 씻어 풀어보아도
완성된 문장은 또다시 임을 찾노나
밟다
계속 밟힌다
질근질근,
소리없이 밟힌다
내 눈길이 계속
너에게 밟힌다
계속 밟는다
질근질근,
침묵의 추를 달고
엉겨붙은 내 감정을
너는 계속 밟는다
가중된 너의 침묵이
너무나도 무거워
으스러지는 찰나에도
내 눈길은 계속
너에게 밟힌다
질근질근
너와나의 사랑의 귀납적정의
밤과 새벽 사이의 경계가 아름답듯이
바다와 노을의 경계가 아름답듯이
번져있는 달무리빛이 아름답듯이
불완전하기에
불분명하기에
그럴수록 애틋하기에 아름답다
그렇다면
너와 나의 사랑도
아름답다할 수 있을까
성명 정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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