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1차 창작콘테스트 시 응모작

by 부산글쟁이 posted Feb 05,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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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목 : 나의 아버지

 

홀어미의 큰 아들로 자라서

태어난 지 스무 해가 되자마자 배를 탔다

허벅지에 바늘을 찌르며 견딘다는 청승의 밤들을

바늘보다는 노를 택하여 긴 밤을 견디고 건넜다

늙은 어미 애끓는 비명에 덩달아 몸살하고

길가에 난 풀떼기 뜯어 먹고 버티어

파도가 집어 삼키는 새카만 바다를

당신 고향보다 자주 넘나들었다는 아버지

갓난쟁이 자식 울음소리에 책임감 어깨 짊어지고

기꺼이 배를 타고 버티는 나날들

만 가지 재주 부리던 그 작고 단단한 몸집에

흐르는 세월이 남긴 무심한 상처들이 빼곡하다

감히 스치기도 죄스런 아버지의 피멍들이여

생이 다 이런 것인가

 





2. 제목 : 증인

 

마당 한 가운데 떡 버티고 선 벚나무

하도 난리법석 꽃을 피워 뽐내 길래

입도 가벼운 줄 알았더니

우리 집안 대소사 꿰뚫고 입 뻥끗 안 하더이다

아침을 깨우는 아버지 신문 넘기는 소리

아침을 준비하는 어머니 음식 만드는 소리

마당에 피고 지는 것들의 저마다 사정을 보듬고

수백 가지 가지들과 봉우리들이 지켜보고 있었다

난폭한 바람과 드센 뙤약볕이 후려쳐도

쓰러지지 않고 봄을 기다리던 벚나무

우리 집안 가족사 덤덤한 눈으로 지켜보며

같이 속앓이 했을 산 증인 벚나무

캐물어도 대답이 없다

어떠한 누설도 없다

 



3. 제목 : 계절이 겹치는 시간

 

오월의 태양이 눈치 보며 숨죽이는 낮

난데없는 천둥번개 존재감 드러내고

먹구름들 이때다 싶어 모여 비를 뿌리고

아닌 낮 중에 날벼락이 다녀가고

평온한 뭉게구름 가족 친척 나타나서야

세상은 다시 고요 속에 묻힌다

밤새 내리는 폭우 속에서 제 시간을 준비하는 것들

계절이 겹치는 시간 그 사이에

설렘을 안고 튀어나오는 것들이 있고

마음을 앓으며 숨어야하는 것들이 있다



4. 제목 : 두 손

 

모든 잡일

마다 않고

사양 않는

우둘투둘 내 두 손

 

하루 일 분도

생각지 않다가

 

아얏-

종이에 살짝 베여

존재감 생기고

 

호강이라고는 알 리 없는

내 두 손

측은하고

기특하다

 

금반지 하나

끼워주지 못했고

꽃바구니 하나

받지 못했지만

 

쌓인 억겹의 눈물

닦기만 했던 두 손

불평불만 모르는

나의 두 손

 

자 오늘은

서로 마주 잡자

서로 쓰다듬자

손가락 마디 하나하나에

반짝반짝 윤이 나게




5. 제목 : 감사합니다

 

오늘 아침

태양의 눈빛을 강렬히 마주하며

눈을 뜰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마음이

지난 일의 통증으로

멈추지 않았음을 감사합니다

 

내게는 아직도

당신이 머무르고 있습니다

 

시간의 길목에서 나는

과거에 덮인 것들을

살포시 들춰 만지작거리며

편안한 미소 지을 것입니다

 

상처의 기억이

시간의 흐름 속에 있음을 알고

견뎌야만 할 경이로운 선물임을 알고

감사하겠습니다

 

내일 아침

태양이 다시 뜬다면

눈웃음 짓고

날 사랑할 수 있음에

감사하겠습니다

 

 

 



<응모자 인적사항>

이름 : 백지혜

나이 : 901227

번호 : 010-7170-7306

메일 : mon655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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