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1차 창작 콘테스트 시 공모

by 행복나라 posted Feb 05,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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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노을

 

 

 

하늘과 산이

그려놓은

작은 풍경화 위에

노을이 앉는다.

 

말없는

노을의 붉은 구름위에

기러기는 쉬었다 가고

 

집으로 향한 어린 소년의

종종걸음만큼이나

노을은 저만치 앞서 간다

 

 


2  

서리 내리는 날엔

 

 

소리 없이 서럽게 서리 내리는 날

가을은 저만치 등 돌리며

인사도 없이 떠나가 버리고

낙엽 밟듯이 서럽게 나는 새벽서리 밟아본다

 

아침마다 도토리 줍던

다람쥐도 서리 내린 날엔 늦잠을 자고

참새의 재잘거림은 시린 바람소리처럼

서리밭 위로 스쳐 날아간다

 

아침의 쓸쓸함은 햇살이 되어

재빛들판위 보석처럼 쏟아지면

서리처럼 시린 가슴은

따스한 웃음으로 기억된다.

 

 

 

 3

아버지

 

 

 

보름달마냥 불그스름한 볼엔 술기운 돋고

초롱초롱 별들에게 밤새

구성진 노래를 불려주던 아버지

가칠한 입맛 심술부리던 날엔

놀란 참새 날아가듯

밥상은 천장을 부딪치며 날아가고

부글부글 된장은 참새 똥처럼 방바닥 떨어지면

엄마의 눈물로 바닥을 닦는다

 

 

 

아버지는 얼룩소 끌고 길을 나서고

서산 넘어 하루가 가듯 햇살도 등을 돌릴 때면

엄마는 배고파 울고 있는 얼룩소 젖을 주고

책보 놓은 까까머리 아들은 얼룩소 젖을 모은다.

별빛 깊어 부엉이도 잠들 때면

낮에 소 팔로 갔던 아버지는

소 판돈 노름 쟁이 호주머니에 넣어주고

뭐가 그리 미안했는지

지겟작대기로 애꿎은 장독대 단지를 때리고 계시네.

 

 

말라버린 호박꽃도 좋고

향기 없는 할미꽃도 좋다며

꽃밭에 누워 세월을 보내던 아버지

한 끼의 밥은 않먹어도

한잔의 술은 먹어야 한다며

술독에 빠져 노래를 부르던 아버지

땀 흘리는 기쁨,

곡간이 가득 차는 설렘보다

노름판에 행복이 있다던 아버지

젊음을 그렇게 구름처럼 보내버린 아버지

칠십여덟 사랑도 모르고 행복도 모른 체

어느 날 간다는 말도 없이

차디찬 아스팔트위에 누우셨네요

 

 

 

 

오늘 같이 칼바람 불어 가슴이 시린 날

국민학교 입학식 남겨둔 어린 나에게

100원주면서 코코시럽먹여주시던

따스한 당신의 손길이 생각납니다.

그래도 당신은 아버지였나 봅니다.

 

 

 

 

오솔길

 

 

 

 

싱그럽게 우는 참새의 지저귐

이슬처럼 살며시 젖어들고

푸른 솔닢위 미끄러지듯 햇살은

사뿐사뿐 오솔길 위를 구른다.

 

굽이굽이 흐르는 강물처럼

나무사이 오솔길은 산허리 돌아갈 때

이른 새벽 딸래집 찾아가는

어머님 총총걸음은

나뭇잎처럼 오솔길 위 떨어진다.

 

길 떠난 나그네의 그리움도

구름처럼 쉬었다 가는 오솔길

 

 

 

 

  5

한송이 꽃

 

 

이러하게 살면 좋을까

저러하게 살면 더 좋을까

이렇게 산들

저렇게 살아본들

꽃처럼 향기롭지 않은데

우린 꽃이 되고자 하는가.

 

 

이렇게 저렇게 아니 살아도

우리는 행복해 질 수 있는데

우린 이렇게

우린 저렇게 살고자

표정 없는 웃음으로

거짓을 보이고 있는가.

 

향기 없는 꽃이 되고자

애써 슬픈 표정을 감추고 산다.

한송이 꽃으로 살순 없어도

한송이 뭉게구름처럼 왔다 가리다




성명 이종수

연락처 kajemi/@naver.com

휴:010-8258-2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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