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적체험
가만히 서서
내가 너를 꺼내들면
너는 갑갑한 틀안에 갇혀
자유를 갈망한다.
연필넓이의 좁은 원통에 빽빽이 갇힌 너를
불을붙여 불러 들인다.
한마디 깊은 호흡
너의 영혼은 목을 타고 폐부 까지 기어 든다.
의식은 연기와 뒤바뀐다.
너의 살점은 지방처럼 흩날린다.
고된 하루를 점친다.
내 걱정들을 느끼고
폐부를 지나 지렁이처럼 기어나가는 너는
아직 아버지의 한숨처럼
짙은 회색빛이 아니구나.
몇분간의 영적체험이 끝나고는
다시 걸었다.
분수
시청광장 한가운데
홀로 놓여진 분수꽃은
기계로 보여주는
자연의 아름다움
물속 깊은곳에서 부터
펌프는 기포들을 강하게 밀어낸다.
기포들은 컨베이어 벨트처럼 줄을 잇는다.
하늘에 닿을 바벨탑을 만들어 냈다.
끝없이 올라갈듯 했던 바벨탑은
중력에 의해 붕괴되었다.
붕괴되며 꽃모양을 만든다.
시원스럽게도 피워냈다.
산(産)
하늘에서 무언가
한방울 떨어졌다.
그 한방울을 따라서
두방울
세방울
네방울
점이 모여 선이되듯
방울들이 모여 줄기가 되었다.
갓태어난 새끼가
처음 본것을 어미라 생각하는것 처럼
하늘에서 갓내려온 새끼들은
잿빛 땅바닥을 어미로 느끼는듯
끊임없이 어미의 품으로 헤엄쳐 내려갔다.
잿빛바닥은 안아주었다.
차가운 잿빛은 이내 따뜻한 황갈빛이 되었다.
이들이 모두 품에 안기자
황갈빛 바닥은 생명의 모체가 되었다.
충만한 생명력을 느끼며 쉼없이 약동했고,
아지랑이 처럼 피어올랐다.
거리엔 불빛들이 즐비하다.
밤이 와도 대낮처럼 환했다.
달은 점점 흐려지는데,
간판들은 하나둘씩 늘어간다.
저마다 뽐낸다.
사람들을 유혹한다.
분명밝고, 환한데 밤은 더 어두워 졌다.
은은해도 모두를 비췄던 달은
구름뒤로 가려진다.
터질듯 광채를 내는 것들은
그 누구도 비추지 않는다.
오직 스스로를 밝힌다.
송재승
wotmd277@naver.com(01020337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