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다보다
투두둑 바닥을 치고 튀어 오르는
잣 숭어리들
숨죽이던 손들이 잽싸게 주워 담으며 다툰다
검은 비닐봉지가 배를 불룩하게 내밀었다
휘리릭 내려온 청설모
제가 떨어뜨린 열매 찾으며 어리둥절 맴을 돈다
사람들 눈길에도 아랑곳없는 녀석 배가 홀쭉하다
외래종이라고
이방인이라고
모두 없애야 한다고 욕하고
돌 던지던 사람들
이제는 잊었는지 대놓고 동업질이다
빈손에 고인 그늘 터는 녀석
그 서슬에 일순 숲이 입을 다문다
다시 나무를 타다 멈추고
또록또록 검은 눈 아래를 내려다본다
면회
엄니 저녁밥 하러 갈께요 아니 벌써 저녁이우 근데 언니 어디로 가우 집에 가요 나도 같이 가면 안돼요 갔다가 금방 올께요 빨리 올 거지요, 언니
등덜미를 붙잡는 눈길에
돌아보니
그렁그렁한 눈망울
문설주에 기대어 있다
손등으로 눈물 훔치다가
웃으며 손을 흔든다
발이 허방을 디딘다
짐짓 속는 척하시는 걸까
정말 모르시는 걸까
요양원 문을 나서며
나에게 묻고 또 물어본다
하모니
칭얼칭얼하다
한껏 터진 울음
창공이 흔들린다
알레그로, 크레센토, 스타카토,
도돌이표
숨 가쁘게 쏟아내는 울음 음표들
허공의 오선지에서 널을 뛴다
드높은 옥타브
기교를 모르는 원초적 음색
세상 어느 악기도 당해낼 수 없는
우주에 단 하나밖에 없는
귓가에 고이는
원형의 소나타
나도 모르게
핑그르르 젖이 도는
기막힌 연주
상강
산길 오르다
나무둥치 맴도는
어린 다람쥐를 보았다
여기저기 둘러봐도
비로 쓸어 낸 듯
한 톨도 보이지 않는 도토리
하늘은 높고
계곡 물소리 또렷한데
하,
빈가지 바람은
천둥처럼 운다
김치찌개
시어 꼬부라진
전라도, 경상도, 서울 김장김치
한 데 털어 넣고
폭폭 끓인다
바글바글 와글와글
서로 잘났다고
저마다 한 맛 한다며
냄비 속이 시끄럽다
고약한 냄새
부엌문을 나서
마당을 휘돌아
옆집 담을 넘을 때쯤
자작자작
물씬하게 어우러진 소리
군침이 확 돈다
숟가락에 고인 평온
내 마음도
비로소 공손해진다
머릿속의 바람
천천히 산을 오른다
아침을 깨운 새들 뾰로롱
나뭇가지가 휜다
골짜기를 타고
흘러내리는 바람
흔들리는 꽃 무리
내가 나를 본다
햇빛으로 세안 마친 바위
반짝 빛을 품는데
초록이 번지는 산 무심한 표정이다
훌훌, 벗어버린 나를 데리고
산길을 걷는다
마음에서 이는 바람
몸 바깥으로 빠져나가 숲을 흔든다
성명: 유병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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